매거진 작은 도전
라이킷 67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거북목 탈출기

하루가 쌓여 오늘이 되었다.

by 육아도 하는 변호사 Feb 14. 2025

"엄마, 천 원으로 뭘 살 수 있어요?"


매일 용돈 1000원을 받기 시작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이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 요즘 천 원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대답을 하였습니다. 아이의 표정을 살피니 꽤나 실망하는 눈치라 제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지. 신기한 일이 있어. 천 원 한 장으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 그런데 천 원이 매일 쌓이고 또 쌓이다 보면 어떻게 될까? 아주 큰돈이 되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단다."


아이 손에 매일 주어지는 천 원 한 장과 같이 우리에게도 매일 하루가 주어집니다. 때로는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천 원짜리 한 장과 같이 가벼이 생각하기도 합니다.  


'에이~ 피곤한데 오늘 하루 대충 보내지 뭐! 괜찮아. 내일이 있잖아"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루뿐 아니라 으로 보기 어려운 작은 먼지라도 쌓이고 쌓여 1년이 지나면 하나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요. 사실 하루는 우리를 크게 바꾸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생활방식들이 쌓여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결국 긴 시간이 지나 그 변화들은 우리 앞에 돌아옵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반복하는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밤, 아이를 재운 후,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목과 어깨 쪽으로 '챙'하는 날카로운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뭐지?"


매우 졸음이 쏟아졌지만 기분 나쁜 느낌에 움찔하고 말았습니다. 이내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잠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꿈속을 헤매다 새벽쯤 다시 눈을 떴습니다. 목 옆쪽과 어깨 쪽에 찌릿한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전 날밤 통증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이 뒤척이는 저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말했습니다.


"밤새 목 쪽이 많이 아픈지 돌아 누우면서 윽하고, 낑낑거리면서 잤어요. 괜찮아요?"


아침이 밝았지만 어깨 양쪽에 통증으로 고개를 돌리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집 앞 유명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저처럼 아픈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어젯밤 시작된 통증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선생님은 제 말을 가만히 들으시더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셨습니다. 가벼운 담인가 싶었던 저는 엑스레이란 이야기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목과 어깨를 잇는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은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하셨습니다.


" 여기 보이시지요? 목뼈를 경추뼈라고 부르는데 경추뼈는 총 7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추뼈는 적당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환자분 경추뼈는 앞으로 굽어 있지요?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경추뼈 사이에는 척수라는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이 간격이 적당히 넓어야 신경다발이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어요. 만약에 좁아지면 신경을 누르게 되어 몸에 이상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으로 볼 수 있지요? 아래 c4-c7 경추뼈 사이가 좁아져 있어요. 이제 40대에 접어들어서 노화가 오는 나이는 맞습니다. 그런데 나이에 비해 진행이 좀 빠릅니다. 오늘 치료받으시고, 앞으로 생활습관을 꼭 고치셔야 합니다. 매일매일 쌓이는 생활 습관은 경추와 척추건강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


선생님께서는 목뼈 건강을 위해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시고 또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집으로 돌아가 위 세 가지를 꼭 바꿀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1. 경추베개 사용

인터넷에 보면 많은 경추베개가 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경추베개를 찾아서 잠을 자야 합니다. 사람은 평균 8시간 정도 잠을 자기 때문에 잠자는 동안 바른 자세로 자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2. 타이머 사용(타이머를 맞춰 두고 40분 일한 후, 일어나 스트레칭 5분~10분)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경추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에 타이머를 마련해 두시고 40분 일을 하시고 10분은 스트레칭이나 가볍게 걷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직업환경 조성(모니터 위치 높이기, 책 읽기 작업할 때 눈높이 위로 환경 조성)

사무직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 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받침대를 사용해 모니터가 시선 위에 놓이도록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고개를 숙여 읽게 되면 경추(목뼈)에 무리가 되므로 독서대를 사용해 고개를 들고 책을 읽도록 하세요.



 

병원에 다녀와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학생 시절부터 일을 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 책상 위에 앉아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상태에서 대부분 작업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공부나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집중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자리에 한번 앉으면 기본 2시간에서 3시간 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일부러 오랜 시간 앉아 있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이나 공부를 하려 앉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때로는 집중하는 도중 일어나 왔다 갔다 하는 게 귀찮게 느껴졌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들이 결국은 경추(목뼈)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거북목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경추 상태 역시 현재 나이에 비해 상당히 화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선생님께 현재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낙담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저의 낙담한 표정을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히려 몸에서 보내는 통증 덕분에 몸에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통증은 괴롭지만 고마운 것입니다. 또 이렇게 오신 게 경추(목뼈) 건강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역시 몸에서 보내온 통증 덕분에 수십 년간 쌓아온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이 말씀한 세 가지를 모두 실천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경추베개를 주문하였습니다. 처음 경추베개를 베고 자려니 번거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평소처럼 아무렇게나 누워 높은 베개에서 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을 노력하며 경추베개를 베고 자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약 1 달반 지난 지금은 경추베개가 아니면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경추베개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추 건강을 위한 노력경추 건강을 위한 노력

작업환경도 모두 바꾸었습니다. 모니터의 위치를 높였습니다. 평소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독서대를 한 개 더 구입해 독서대 위해 노트북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도 고개를 들고 작업하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습관을 바꾸려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제가 좋아하는 글 쓰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40에 접어들고 난 후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전에 40 넘은 선배가 40세가 넘으니 몸이 안 아픈 날보다 아픈 날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나이가 든다는 게 정말 그런 것 같네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노화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물론 변화하는( 그것도 화의 방향으로) 몸의 상태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우리가 먹는 음식, 좋은 자세, 꾸준한 운동 등으로 몸과 마음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은 더 편안하게 그 변화에 적응해 나가 보려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에서 김 구워 먹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