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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준 Dec 14. 2023

니체적 연민과 나눔

자기 성찰의 방식에 대해 

석사 수련생이었을 때도, 상담소를 차린 대표로서 상담가로 활동했을 때도 그리고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연민이란 단어는 내 주변을 항상 맴돌고 있고 쉽게 빠지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나는 니체가 이야기하는 연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고 그 해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연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에서 연민의 정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언젠가 석사를 하며 내가 텍스트를 가지고 나간다면 차라투스트라의 2부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만큼 나는 연민이란 단어와 봉사라는 단어의 괴리감에 진동하고 있었다. 


내 브런치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봉사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봉사라는 단어에는 내포된 의미 중에 서열화시키는 봉사구조 때문일 것이다. 차라투스트라 "연민의 정" 파트를 읽으면서도 이러한 생각이 불러일으켜졌다. 누군가를 우위의 시선으로 연민으로 바라보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말이다. 


자기 고백적 이야기를 하자면 심리학 공부와 상담공부를 하며 아주 깊숙이 내제화된 버릇이 하나 있었다. 내가 상담자로서 내담자와 참여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하고 자기 성찰을 도울 수 있는 질문을 하며, 마땅히 무언가 주어야 한다는 버릇이었다. 돌이켜보면 어김없이 상담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나는 무엇인가 줘야 하는 사람이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사람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담자가 힘들어하거나 참여자가 불안해하면 연민의 정으로 생각하고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무수히 생각하며, 그 생각 자체에 고립되곤 했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버릇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검열과 자기 성찰을 함에도 버젓이 필터링되는 전문 가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니체의 연민의 정을 읽고 특히 니체가 말하는 연민의 정을 벗어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연민의 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나눔"이다. 그리고 "베풂"이다. 누군가의 시선에 우위를 점하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누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연민의 정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말이 나눔이고 베푸는 것이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맹자의 사단에서도 측은지심이라고 연민의 정과 비슷한 것을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 맥락에서 불쌍한 이를 어찌 지나칠 수 있는가? 심지어 지금은 2023년 12월 14일로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연민의 정일 쌓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니체는 존재와 존재라는 방식을 주장한다. 내가 타인의 연민이 아닌 그 사람의 존재의 가치, 그 사람의 창조된 가치를 생각하면 우리는 내 존재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존재와 존재의 만남으로 변화가 생기며 그 존재와 존재가 만나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 사람이 없어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것, 어쩌면 니체가 연민의 정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라는 주장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와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나누고 베푸는 것으로 다른 존재가 무엇을 하든 나는 나누고 베푸는 것에 그 보시에 만족한다는 불교의 진리와 니체의 연민의 정은 연말 우리에게 필요한 자기 성찰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약자와의 동행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시각이 많다. 나 또한 약자와 함께 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서 연민의 정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정치의 본질에는 분배가 자리 잡고 있다. 분배는 그 말 그대로 나누는 것이다. 어휘적 표현으로도 분배와 나눔은 같은 뜻이다. 이 맥락을 놓치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고 누군가의 우위를 점해야 하는 사람으로 변질되기 쉽다. 


특히 리더들은 이 부분을 더 조심해야 한다.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 만큼 부하직원들의 팔로우십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연민의 정이 아니라 자신 또한 부하직원의 존재를 인식하고 서로 자신의 재원을 마음껏 나누면 될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여 직원들을 지키고 목적을 향해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것을 나눠야 한다. 혹은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도 상담자도 모두 연민이 아닌 나눔과 베푸는 방식을 사랑하고 존재와 존재가 만나 변화시킬 수 있다는 니체의 믿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2024년이 다가오는 2023년의 마무리를 이웃과 나누고 베푸는 충만한 연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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