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아 Jun 02. 2022

우리 안의 야성을 깨우는 고사리 원정대

김 리 아


제주의 봄산엔

으슥한 산길 가

늘어선 차들


차 안에서 연인들이

사랑이라도 나누는 겐가?


차 문이 열리면

하이힐 신은

미끈한 다리

아니고요


빨간 장화가 쓰윽-

지퍼달린

고사리 앞치마

긴 챙 모자

팔 토시

이른바 고벤져스 패션

강한 포스의 할망언니들 차에서 내린다


그렇게 산 속으로 들어가

고사리 찾아 삼만리


산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린다

고사리로 길을 잃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시오

이 곳은 사격장이니 고사리 채취하는 분들은 조심하시오


고사리가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닌데

고사리가 바다 위 사이렌도 아닌데

대체 왜들 그렇게 고사리에 끌려 산 속으로 가는거야


고사리 장마 지나고

고사리 열병 시작되면

육지에서 달방 얻어 제주 온다더라

마대자루에 고사리 가득 담아

월 천도 번다더라

그런 전설적인 이야기에 홀려

나도 간다아

고사리 찾아


며느리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고사리 스팟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아 갈 길 막막한데

나 잡아 끌고 고사리 스팟 알려준 띠동갑 순희언니

볼 것 없는 산길, 렌트 차량 아닌 차들 늘어서 있으면

바로 거기 고사리 스팟!


덤불 속 고개 숙인 고사리는

땅 속에 고개 박은 타조같은데

그 자태의 고사리를 발견하면

심봤다! 외치고 싶은 쾌감이 있다

아! 이런 맛에 고사리를 찾는구나


똑똑 꺾이는 고사리

그 손맛이 낚시꾼의 그것과 같아서

고사리 꺾는 손맛에 중독되어

정신없이 고사리 꺾으며 나아간다  


좋은 공기 마시며

제주 산 풍경 즐기며

고사리 찾아다니는 고사리 라운딩

골프 라운딩 부럽지 않아


고사리 라운딩 하며

순희언니 인생 내 인생

주거니 받거니 고사리 토크

언니가 꺾은 고사리 다발

나 먹으라며 건네주는데

꽃다발 받는거마냥 설렌다


내 안의 수렵채취 야성을 깨우는 고사리 원정대

연대의 따듯함을 알려준 고사리 원정대

월 천은 못벌었어도

고벤져스 언니들이 천군마마

내년에도 혼디 모영 고치 가 보게

매거진의 이전글 파치의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