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치의 사랑

*파치: 깨지거나 흠이 있어 상품으로 쓰이지 못하는 것

by 리아


"파치의 사랑"


김 리 아

제주 와신디 귤은 무사 사 먹엄

(제주 왔는데 귤은 왜 사 먹어)


파치사냥 파치동냥

제주살이의 즐거움


귤 파치만 이신줄 알아신디

무수(무) 파치도 이섬쪄

다리 싯인 무수 파치 봐수꽈?

(다리 셋인 무 파치 봤어?)

제라허게(제대로) 육감적이라 마씸


양파 파치는

마늘처럼 갈라져 알이 여럿

육쪽마늘 아니라 육쪽양파


그래도 저들 사정은 좋은 편

쓸모 없다며

밭에 꽂힌 채

버려지고 잊혀진 파치


못생겨서 버려진 무

하얀 꽃 피워내고


못생겨서 잊혀진 브로콜리

노란 꽃다발 뭉게뭉게


아무도 몰랐을 걸

무가 꽃을 피워낼 줄

아무도 몰랐을 걸

브로콜리가 꽃을 피워낼 줄


버려지고 잊혀야

꽃으로 태어나는 파치


왼팔이 잘려 나간

돌하르방 파치에 기대어

풍성하게 피어나는

브로콜리 꽃다발


꽃다발 든 돌하르방 파치

미소가 점점 더 진해진다

늘그막에 프로포즈 할 할망 생겼나


쓸모 없음에서

피어나는

파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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