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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떠나 제주
우리 안의 야성을 깨우는 고사리 원정대
by
리아
Jun 2. 2022
김 리 아
제주의 봄산엔
으슥한 산길 가
늘어선 차들
차 안에서 연인들이
사랑이라도 나누는 겐가?
차 문이 열리면
하이힐 신은
미끈한 다리
아니고요
빨간 장화가 쓰윽-
지퍼달린
고사리 앞치마
긴 챙 모자
팔 토시
이른바 고벤져스 패션
강한 포스의 할망언니들 차에서 내린다
그렇게 산 속으로 들어가
고사리 찾아 삼만리
산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린다
고사리로 길을 잃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시오
이 곳은 사격장이니 고사리 채취하는 분들은 조심하시오
고사리가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닌데
고사리가 바다 위 사이렌도 아닌데
대체 왜들 그렇게 고사리에 끌려 산 속으로 가는거야
고사리 장마 지나고
고사리 열병 시작되면
육지에서 달방 얻어 제주 온다더라
마대자루에 고사리 가득 담아
월 천도 번다더라
그런 전설적인 이야기에 홀려
나도 간다아
고사리 찾아
며느리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고사리 스팟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아 갈 길 막막한데
나 잡아 끌고 고사리 스팟 알려준 띠동갑 순희언니
볼 것 없는 산길, 렌트 차량 아닌 차들 늘어서 있으면
바로 거기 고사리 스팟!
덤불 속 고개 숙인 고사리는
땅 속에 고개 박은 타조같은데
그 자태의 고사리를 발견하면
심봤다! 외치고 싶은 쾌감이 있다
아! 이런 맛에 고사리를 찾는구나
똑똑 꺾이는 고사리
그 손맛이 낚시꾼의 그것과 같아서
고사리 꺾는 손맛에 중독되어
정신없이 고사리 꺾으며 나아간다
좋은 공기 마시며
제주 산 풍경 즐기며
고사리 찾아다니는 고사리 라운딩
골프 라운딩 부럽지 않아
고사리 라운딩 하며
순희언니 인생 내 인생
주거니 받거니 고사리 토크
언니가 꺾은 고사리 다발
나 먹으라며 건네주는데
꽃다발 받는거마냥 설렌다
내 안의 수렵채취 야성을 깨우는 고사리 원정대
연대의 따듯함을 알려준 고사리 원정대
월 천은 못벌었어도
고벤져스 언니들이 천군마마
내년에도 혼디 모영 고치 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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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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