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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r 13. 2020

그리움이 있는 곳에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안고 여름을 누리는 시간

청아한 새소리에 깨어 아침 수영을 시작한다. 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고 나는 선베드에 누워 온기를 느낀다. 배가 고픈 한량들은 기차역에서 산 라면을 꺼냈지만 입에 맞지 않아 토스트로 아침을 대신한다. 아늑한 가든 빌라에서 짐을 챙기고 옆 동네로 향한다. 나는 배낭을 메고 빈은 캐리어를 끌고.



짐을 풀고 썽태우에 탄다. 예술인 마을이라 불리는 반캉왓. 올드 타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이곳은 서점과 카페, 공방들이 모여 있다. 거리마다 심어진 나무와 자연 속에서 작은 마을과 사랑에 빠진다. 책이 늘어진 벽면과 햇살을 머금은 레이스 커튼, 숲 속의 어느 가게.  모든 것은 우리의 꿈이 된다. 화가는 작은 정원에서 아이의 미소를 담고 우리는 치앙마이의 여름을 마음에 간직하기로 한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올해 내 버킷리스트가 라탄 공예 배우기야.”

​근처 카페에서 긴긴 한낮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사원은 높은 나무와 불탑만 존재하는 것처럼 적막하다. 아담한 화분이 가지런한 마당을 지나 동굴에 도착한다. 입구에 붙은 안내 문구를 보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민소매와 반바지는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동굴을 지나 거대한 탑으로 올라간다. 정상에서 만난 소박한 풍경에 미소 짓는다. 잔디밭에 앉아 글을 쓰는 남자와 사색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좋은 마음. 이런 것들은 여행을 향유하는 데 더 큰 기쁨을 준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고요를 찾아 헤매는 수밖에.



숙소로 돌아가 수영을 하려다 계획을 변경한다. “Nimman haemin, please.” 툭툭을 타고 그리움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익숙한 샐러드 가게를 지나 도착한 서점. 체크무늬 원피스를 들고 빈에게 시선을 돌린다. 잘 어울린다며 웃는 그의 말에 여름옷 장만에 성공한다. 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이 보인다. 잔잔한 팝송에 이끌려 멈춘 이름 모를 광장에서 황홀을 누린다. 빈은 말한다. “여긴 동남아가 아니라 유럽 같은데?” 하지만 밀려드는 엄청난 허기에 야경을 포기한다.

마야 몰 야시장. 감탄사를 내뱉으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야외에서 즐기는 피크닉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얻는다. 스시와 꼬치, 훈제 치킨이 있는 넉넉한 식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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