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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Nov 12. 2023

육아휴직 아빠들의 수다

23.10.13 남자 둘이서도 접시가 깨질 수 있답니다.

유독 올해에 내 주변 지인들의 출산 소식이 많다. 물론 결혼 러쉬는 한 차례 지나간 나이대이기에 지금쯤은 아기들이 태어날 때가 된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 또한 아기를 갖게 되어 주변의 출산 소식에 더 귀기울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전 회사에서 친했던 동기 형 S도 그 중 하나이다. 사실 작년에 이직한 후로는 연락을 자주 못 하고 지냈는데, 마침 지구보다 생일이 2주 빠른 예쁜 공주님을 갖게 되어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S도 육아휴직을 냈다는 것이다! 마침 시작 기간도 10월로 똑같은데 그는 3개월을 냈다고 했다. 이전 회사가 여성 비율도 높고 복지도 좋은 편이었으나 남자들의 육아휴직 사례는 많이 못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용기 있게 육휴를 쓴 S를 멋있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S는 내가 신혼때 살던 동네에 자리잡고 있어서 종종 '한 번 놀러갈게~' 식으로 이야기하긴 했는데 이젠 드디어 때가 왔다는 생각에 약속을 잡고 놀러가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집을 처음 방문한 것이라 그런지 워낙 신기했는데, 한 편으로 익숙함도 많이 느낀 이유는 국민 육아템들 때문이었다. 트립트랩, 분유포트, 기저귀갈이대 등 인터넷에서 유명한 아이템들이 하나씩 다 있었고 우리집 아이템들과 겹치는 것들도 많아서 이래서 국민템이구나 싶었다. 그러다 보니 S의 집에서 지구 수유나 기저귀 갈이를 하는 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래 아이를 처음 만나는 거라 서로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는데, 살짝 데면데면하면서도 뭔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서로 아이를 안고 가까이 마주보도록 붙여줬다. (옆에서 누가 본다면 주책이라 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웃기게도 서로 손을 잡는 게 아닌가! 물론 그 손으로 고리도 잡고 인형도 잡고 쪽쪽이도 잡는다 하지만 또래 친구의 손을 잡는 걸 보니 살짝 뭉클했다. 얼른 자라서 소셜활동을 시작하렴 지구야.


S도 육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수유텀은 어떻게 하고 놀아주는 건 또 어떻게 하냐는 등 정말 겪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대화들을 하다 보니 전우애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래 아이들 있는 엄마들이 그렇게 빨리 친해지는구나. 8년 전에 사회초년생으로 만나 매일 회사 이야기, 커리어 이야기만 하던 우리가 이젠 애아빠가 되어 이렇게 육아를 가지고 논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 편으로 겁도 났다. 다시 8년이 지나면 지구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나는 40대 중반이겠구나, 휴.


그리고 육아휴직과 앞날에 대한 고민도 나눴는데, 사실 비슷한 측면에서 공감했다. 회사 짬밥 어느정도 먹으니 조직이란 게 어떻게 돌아가는 지 보이고 그 속에서 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도 대략적으로는 그려지더랜다. 남들은 투자다 파이프라인이다 해서 뭔가 근로 외 소득도 쏠쏠히 벌어들이는 것 같은데 그 동안 회사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육아휴직으로 인해 일에서 잠깐 떨어져 있다 보니 그런 고민들을 더 하게 된 것도 있다.


으레 그렇듯이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일단 육아휴직의 본질을 잊지 않고 육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어떻게 가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렀지만 아쉽게도 다음 일정이 있는 바람에 일어서야 했다.


앞으로도 S형뿐 아니라 다른 육휴아빠들끼리 모이는 일이 자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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