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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이 Sep 16. 2024

누군가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며칠 전, 밀라논나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 속 새롭게 업로드된 영상에서 선생님의 짧은 기도문이 소개되었다. 기도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기대만큼, 채워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믿음과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누군가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아파하면서도 용서를 생각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

.

선생님의 기도문 중 위 부분이 내 마음에 와닿아 큰 위로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들에게서 멀어질 수 없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그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가진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밀려오고 그전에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우울감에 빠져버린 때가 있었다. 그 당시는 그 사람을 최대한 멀리하고 피해 다니며 접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 사람 앞에서의 감정 표현은 일정한 상태를 유지했고 책 잡히지 않기 위해 완벽한 상태로 그를 마주한 내 몸은 경직되고 있었다. 그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을 내가 계속 붙자고 있으니 내 몸에 악감정이 쌓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를 향한 연민의 감정을 느껴보기 위해 노력하고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 부단히 발버둥 쳤다. 그를 향한 내 감정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내 마음의 크기는 넓지 않았고 그에 대해 내가 가진 감정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 일하는 곳이 달라지게 되며 그와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다.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기에 내가 그를 차단해 버렸다. 악감정을 결코 버렸다기보다는 완전히 피해버린 셈이다.


이 기도문 중 아파하면서도 용서를 생각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아름다움이라는 말에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위안해 주고 감싸줄 수 있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내가 나를 오히려 조금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나를 지키기 위해 했던 생각과 행동은 그 당시의 나를 지켜주지 못했고 내 마음조차 편안을 찾아주지 못했다. 


살아가며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직장에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나는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그의 행동에 "ㅇㅇ님 오늘 무슨 일 있으신가요? 평소의 모습과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요"라고 그의 행동에 이유를 물어보며 우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볼 것이다. 전과 같이 그의 말과 행동에 그를 무작정 싫어하기보다 그래도 이유를 들어보기 위한 시도는 해볼 것이다. 이렇게 물어본 뒤 석연찮은 대답에는 


"그래, 나는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래도 물어는 봤어, 내가 너보다 더 큰 사람이니까 내가 이해해 줄게. 내가 너에게 어떤 대꾸를 하리, 오늘 저녁 맛있는 거나 먹어야지" 


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내 그날의 나를 망치지 않으며 내가 나를 위로해 줄 것이다.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것만큼 미련하게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은 없다.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내가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지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나를 아프게 하는 감정을 꼭 끌어안고 있지는 말자. 아마 나는 당장 저녁에 엽기떡볶이를 시켜 먹거나 체력이 남아있다면 집에 오자마자 헤드셋을 끼고 밖으로 만보 걷기를 하러 나갔을 것이다. 아니면 주말에 갈 캠핑장을 예약했을 것이다.


" 제가 생각하는 용서는 타인을 무조건 이해하고, 그가 내게 한 잘못을 무작정 받아들이자는 게 아닙니다. 저는 내 마음속의 부정적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이 용서라고 생각합니다. "   

_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책 본문 속 논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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