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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이 Sep 09. 2024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방법

낯선 곳으로 떠나버리기

쏟아지는 별을 보러 가고 싶었던 몽골에 드디어 다녀왔다. 몽골에서 일주일간 지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새벽 4시, 캐리어를 끌고 나는 몽골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 마주한 몽골의 모습은 티 없이 맑은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들이었다. 그렇게 몽골 투어가 시작되었다.

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염소, 양 , 소, 말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자유롭게 먹고 자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건물 하나 없는 드넓은 초원의 모습이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계속 이어져 보였다.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차를 타고 초원을 보며 가는 찰나의 순간조차 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는 순간 첫 번째 예전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차에서 나오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고 따라 부르는 내 모습이 튀어나왔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부모님 차 또는 렌트한 차를 타고 여행 갈 때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같이 따라 부르며 몸을 자연스럽게 흔들고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내 기분에 맞춰 행동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차 안이 아니더라도 늦은 밤 편집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크게 노래를 틀고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던 한없이 자유로웠던 기억들이 머릿속 어딘가에서 끄집어내졌다.

일을 다닐 때의 나는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지만 거의 한곡 반복 재생으로 노래를 들으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기 바빴고 놓친 부분은 없나 머릿속 회로를 돌리기 급했다. 그리고 빨간불에 멈춰 서면 아침부터 울리는 여러 단톡방들의 공지사항들을 확인하였고 그렇게 노래 한곡 이 계속 반복되어 나와야 제대로 한 번은 내 귓가에 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감정의 표현이 조금 더 굳어져 갔었던 것 같다. 몽골에서는 잘 터지지 않는 핸드폰과 같아 보이지만 주인공과 색감이 다른 확 트인 초원의 풍경들이 그리고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이끌어 내졌다.

그렇게 초원을 달려 홉스골이라는 호수에 도착했을 때 두 번째 나의 예전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에 도착해 몽골 전통식 숙소인 게르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긴 바지를 걷어올린 채 호수로 다가가 물속에 발을 담갔다. 그런 나를 보고 무언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행했었던 고등학교 시절 속 내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던 그때의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거침없이 용감하게 어딘가를 가고 행동으로 바로 옮길 수 있던 힘이 있었다. 그리고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경험해 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그때가 참 좋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행하는 게 귀찮아졌다. 예전 보다 경제적으로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행동으로 옮길 체력과 의지에 제약이 붙었다. 일상에 지쳐버린 나는 빨리 누워 핸드폰을 보며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고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또한 하나의 일이 되어 버렸다. 낯선 몽골에 여행 와 자연스럽게 만져보고 싶은 걸 만져보고 생각을 행동으로 행하는 나를 보고 맞아, 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예전의 나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물에 발을 담가보고 자갈 위에 누워보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하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물이 너무 차가워 발이 시렸지만 시림 조차도 오롯이 지금의 나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기에 그 순간조차도 소중했다. 모든 순간이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고 예전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희미해졌던 내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별들의 밤이 찾아왔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게 된 나는 황홀한 감정을 느꼈다. 몽골의 별들은 움직이기도 하고 조명처럼 꺼졌다 켜지기도 하며 반짝이는 아름다운 움직임을 내게 계속해서 보여줬다. 별들의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늘 수많은 별들이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해 우리 머리 위에서 움직이고 빛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들을 알아봐 주지 못한 과거의 내 모습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도시의 빛과 매연 속에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게 내몰았던 인간의 욕심에도 절로 미안해졌다. 그리고 사진이 아닌 직접 눈으로도 은하수가 보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별들이 보여준 모습은 내게 잊지못할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몽골에서의 나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있는 그대로 동물에게도 자유를 선사하고 있는 그대로 자연을 지켜주고 사랑하는 몽골 사람들의 모습에도 큰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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