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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이 Sep 30. 2024

10년이 지나 다시 느낀 황홀함

자유를 느낀 그 순간

19살 나는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20대를 보내고 싶었다. 왠지 예술 대학교는 내 머릿속에서 다른 학교보다 행동에 제약이 덜하고 사고의 표현이 자유로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젊은 자유로운 청춘의 이미지가 나에게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예술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입학식 날 진정한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축하무대로 왔던 가수 창민의 Moment라는 노래를 듣고

" 아 정말, 내가 오고 싶은 대학교에 왔구나, 나 지금 자유롭구나. " 하는 벅차올랐던 순간 그 장면이 되게 나에게 황홀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20대 성인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 Love is the Moment~ " 아직도 문득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감정이 되새겨진다. 내가 가고 싶었던 학교에 올 수 있었고 같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 그 순간이 좋아서 그렇게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순간을 담아놓은 노래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Moment라는 노래는 마치 입학식날 모든 장면과 나의 감정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같다. 그 순간은 지났지만 그 순간 내가 느낀 황홀함은 아직 나에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는 황홀하다는, 그리고 자유롭다는 감정을 느껴볼 여유가 없었다. 이러한 감정이 만들어질 순간도 충분치 않았고 감정을 차근차근 되짚어 볼 시간의 여유 또한 없었다.


입학식날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최근 일들을 되짚어 보다 20살의 내가 입학식날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낀 어느 날이 있었다. 바로 AJR이라는 가수의 내한 콘서트를 갔을 때 " 자유롭다. 아, 황홀하다 "라는 감정이 다시금 나에게 노랫소리와 함께 불어와졌다. 그들을 처음 알게 된 노래는 100 bad days라는 노래였고 100개의 좋지 않았던 날들이 시간이 흘러 나에게 100개의 재밌는 일들로 기억되고 그 100개의 일들이 나를 어느 곳에서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는 내용의 노래였다. 첫 직장에서 힘들었던 어느 날 운명처럼 듣게 된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노래여서 그때부터 AJR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 그들의 첫 내한 콘서트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 퇴사를 한 선택이 정말 잘 한 선택임을 느끼게 해 준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짓, 음색, 조명 등 어느 하나 자유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 환경 속에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나 또한 10년 만에 입학식날 느꼈던 황홀한 자유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감정을 느낄 순간을 기다려 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을 다시 추억하고 다시 새롭게 만들어질 기대감으로 삶은 살아가 진다. 


20살의 내가 느낀 황홀한 자유는 학교와 야간자율학습, 자소서, 모의고사 등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과 공간들에서의 탈출이 좋았다. 새로운 문이 열리는 듯한 이제부터 나는 자유다! 하는 느낌의 널리 외치고 싶은 자유로움이었다. 10년이 지나 29살의 내가 해후한 황홀한 자유는 퇴사를 한 뒤 한 달이 되어도 다 벗겨지지 않은 사회에서의 가면이 탈피되는 그런 해방의 자유가 느껴졌다. 완전한 나로 되돌아가는 느낌의 사회에서의 나의 자아보다 본래의 나의 자아가 더 일깨워지는 나를 찾은 듯한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황홀한 자유라는 느껴지는 감정 자체는 동일했지만 그것을 느끼는 내가 그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때의 마냥 자유로운 느낌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전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넓게 펼칠 수 있는 나였다. 한 단계 10년의 성장과정을 거쳐 탈피에 성공한 느낌이다. 


앞으로 10년 뒤 어떤 일에 나의 황홀한 자유가 일깨워 질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어떠한 경험에서 이 감정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니 이것저것 나에게 많이 보여주고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것만큼, 내가 먹어본 것만큼, 내가 읽어 본 것만큼, 내가 가본 것만큼 딱 그만큼 내가 알게 된 세상이 넓어지기에 순간 순간 해보고 싶다면 용기 내 과감하게 결행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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