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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이 Nov 05. 2024

퇴사 후 3개월, 어떤 직업도 기대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고백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내가 그리는 30살의 모습은 어떠한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그려 나가고 싶은가? 

내가 되고 싶은 이상이 있는가? 나는 지금 도태되고 있는가? 나를 멈추게 하는 제한적인 감정은 무엇인가?

하루종일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쉽사리 잠이 찾아오지 않는다.

      

요즘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나의 마음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나는 어떤 일도 기대가 되지 않는 상태다. 그냥 어느 곳이든 다 똑같을 것만 같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 일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미래가 그려지고 그렇게 되기 위해 열정을 쏟는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내 상상 속 여느 직장에 속해 일을 하는 나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중 일뿐이지 그 이상의 가치가 발현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일이 점차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질 뿐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군상의 사람들을 마주하며 보게 된 사람들의 숨겨진 이면들과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단어 하나가 나에게 상처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그 순간 도와줄 수 없는 나의 한계를 느끼고, 그 찰나의 순간들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며 힘들어하는 내 모습에서 나는 벌써 숨이 막히고 이렇게 일을 또 하고자 하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 


이러한 제한적인 감정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30살에 가까워지며 조금은 길 건너 바라볼 줄 알게 된 나는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았고 지극히 평범했으며 살아감을 통해 조금씩 갖춰가고 있는 내 신념에 맞춰 나와 마주하는 인연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 살아왔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이 지금의 순간에 양가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이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할 이유를 찾고자 위의 생각들을 떠올려 핑계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실제로 지금 나의 상태가 그러한 것인지 매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뒤틀리고 있다. 어쩌면 너무 오래 쉬어 생각과 몸이 게을러져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혐오 비슷한 감정도 찾아올 때가 있다. 생각만 하는 내가 싫어지는 밤들의 연속이다. 나는 늘 꿈이 없었다. 그냥 막연한 궁금증 정도였지 어떠한 것을 크게 열망하고 누군가에게 확언한 적이 없었다. 취미생활도 마찬가지였고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하나에 나는 깊숙이 빠지지 못하고 몰입하지 못한다. 무언가에 반하는 찰나 압도되어 몰입되는 순간, 그것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그들의 다른 이면의 모습들이 보이고 나의 기대는 깨져버린다. 그 이후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그냥 그 벽 안에서 나는 오늘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누군가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퇴사를 선택 함에 있어 자신에게 한없는 자유가 주어진 것 같지만 실은 시간, 돈, 관계, 아이디어에 내포된 모든 자유에 제약이 붙는다. 그중 가장 큰 제약은 돈이다. 정해진 월급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여행에도 제약이 붙고 내가 기부하는 동물자유연대 단체에 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돈에 제약이 붙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는 관계도 더 좋은 것을 선물해 주고 새로운 곳에 함께 가고 싶지만 돈에 제약이 붙는다. 그리고 아직까지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나는 공간적인 자유에도 제약이 붙었고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우선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결론이 내 머릿속에 도출되길 반복한다. 분명 어떠한 일을 하게 되더라도 나는 마음에 변덕이 심한 사람이어서 기존의 일을 해왔던 때와 같이 비슷한 시기에 흔들릴 것이고 그 시기를 벗어나더라도 그 전과 비슷한 시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마우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그전에 해왔던 익숙한 일과 자꾸 눈이 마주친다. 그래도 그전 비슷한 일을 5년 이상 해오며 그 시기들을 한 번씩 겪어보고 이겨내 왔기에 덜 흔들릴 것이라는 안정감과 기대감이라는 환상이 불러일으켜진다. 나는 결코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이다. 나에게 직업이란 내 자유를 실현시켜 줄 돈을 벌어다 주는 목적성을 가진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 돈으로 나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는 새로운 회사에서의 도전을 시작해보려 한다.


직업에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직업이 불러다 준 돈으로 인해 행해지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그리고 새롭게 만나게 될 인연들에 기대감을 품으며 그렇게 나의 삶을 다시 이끌어 보자. 퇴사 후 3개월간의 휴식을 통해 나의 본모습을 더 자주 마주하며 전보다 나를 더 잘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의 자아와 본래의 자아를 분리해서 삶의 밸런스를 다시 세팅해 보자. 한 발짝 그렇게 발을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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