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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Oct 17. 2021

3.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


그녀는 이별을 하고 혼란스럽기만 했대.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와 9년을 함께 한 기억을 정리하는데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혼자 찍은 사진 1장 찾기도 어렵더래. 보통 혼자 찍은 사진이어도 그와 함께한 추억의 일부였기에... 옷장 속의 옷들도 그의 스타일의 옷들이 많더래. 아마 그도 그랬을 거야. 20대를 함께 했기에 서로 알게 모르게 스며든 생각들이 많았거든. 하지만 특히 알게 모르게 양보를 많이 했던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음식, 김치, 장소는 알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 취미, 장소는 모르더래. 임용에 붙고 상대적으로 꿈에 가까워져 있었기에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며 희생을 하면서 운동도, 취미도, 공부도 포기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가 마지막에 ‘다음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한테 헌신하지 마. 그거 그 사람도 부담스럽고 좋은 것 아냐.’라고 말하고 나니 그 헌신이 전부 없어지고, 그녀도 없더래. 그녀는 그렇게 그녀를 모르는 상태가 되었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별 후 나에게 제일 먼저 온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정신이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정말 온전치 못했기에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정신과에서 약을 먹으면서 나는 나의 정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내가 이렇게 철저하게 버림을 받았을까.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일까.’

 하지만 이 답을 쉽게 할 수 없었고 지금도 아직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과 생각을 거듭할수록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것만은 깨달았습니다. 충분히 너무 예쁜 사람이었는데 그 예쁜 보석 같은 모습을 감추고 점점 부끄러워만 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잃어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가 한 줄도 모르는 옛말에 “네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너를 사랑하냐!”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딱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20대의 내가 너무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연애 오답노트  
1. 내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2. 나에 대해서 관찰을 해보자.
3. 어렵다면 간단한 검사를 통해 나를 파악해보자. (이때의 검사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라 성격, 성향 검사를 말합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나를 공부했습니다. 이별이 아니었다면 영영 나를 공부하겠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막상 나를 공부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담을 통해 기본적으로 내가 편한 성향의 것이 무엇인지 알아갔습니다. 검사 결과 남들보다 책임감, 도덕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었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외향적인 성향이 주를 이루지만 내향적인 성향도 커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도덕성이 높다 보니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화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너무 곧아 부러질 수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100문 100답을 하는 것처럼 나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파란색과 민트색 그리고 분홍색을 좋아하면서 과일을 주식으로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또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삶의 원동력을 삼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적인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듣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친구들이 해 준 말 중 “네 주변 사람을 봐. 그게 너야.”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을 보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소소한 행복을 얻는 친구, 아직도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토요일마다 설렘을 안고 사는 친구, 힘든 삶 속에서도 더 발전하고 나아가는 선배, 나를 위해 시간 없이 달려와 준 많은 사람까지. 내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지만 주변을 보니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점도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덤벙되어서 외출을 하려면 문을 한 번에 통과하지를 못합니다. 원래는 주장이 강한 편이라 이 부분을 거의 표출하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마음에 병을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양보하고 맞춰야 할 부분을 크게 싸우고 나면 결국 가 거의 다 양보를 하니 할 말도 많고 생각이 많아도 ‘그’에게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네가 그렇게 했잖아. 누가 그렇게 하랬어?”라는 말을 듣고 또 나에게 ‘내가 너무 강해서 그래.’라며 나에게 스스로 상처 주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내 의견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 부드럽게 말하기에 더욱 관심을 두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 부분이 최고로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는 생각을 표현할 때 부드럽게 하도록 노력하되 꼭 나의 의견과 생각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받아들여지지 않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걱정하는 것만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다 보니 점점 나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외에도 저는 MBTI 중 ENJP입니다. 외향이 내향에 비해 우월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는 외향적인 성향이 큰 편입니다. 정리도 잘 못하고 감정적이고 어떨 때는 마무리를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타인보다 자신에게 냉철할 때가 많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위인들도 단점이 있는데 그 사람들보다 더 무섭게 자신을 평가합니다. 어릴 때부터 평가받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 것일까요? 굳이 평가해야 한다면 장점을 크게 보며 보듬어주면 어떨까요? 저는 저의 장점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자고 있던 제 성향을 깨워주었습니다. 단점은 그다음에 보아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단점을 다 고칠 필요도 없습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꼭 변화가 필요하다면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부터 천천히 어루만져주면 됩니다.

유튜브에 떠도는 유명 장교의 연설처럼 아침에 자신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 그것처럼 아주 작은 일을 해 나간다면 언젠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단점이었던 부분들도 점차 사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이 단점을 바꿀 용기와 의지도 생겨난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이별을 통해 나는 나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의 삶의 주인이기에 삶의 기준이 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 사실을 귀신같이 알고 나를 조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를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약간 거리를 둔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자존감. 그것은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나를 알고 때로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단점만을 너무 강하게 몰아세우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단점이 싫다면 그것을 바꾸면 됩니다. 그것은 나의 일부일뿐 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것도 너무 힘들다면 이 말을 한번 따라 읽어보세요. 저도 거울보고 많이 읽고 생각하던 말들입니다.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다. 단점도 많고 남들을 시기 질투도 하고 때로는 시도해도 안 되는 것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꼭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가. 괜찮은 사람이면 된다. 아무도 나를 대체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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