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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Oct 21. 2021

5. 사랑은 떠날까 두려워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해!



그녀는 꿈꾸던 삶이 있었어. 서로가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하면서 만족하며 사는 삶. 그녀는 사랑이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그를 배려하고 헌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아침에 도시락을 싸서 넓은 공터에 가서 아이와 남편이 뛰어노는 것을 지켜보는 삶, 그리고 노년엔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뒷모습을 꿈꾸며 살았대. 하지만 그가 떠나고 나니 그에 대한 배려와 헌신도 사랑도 남지 않았어.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대.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사랑을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국어사전에 사랑을 검색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전에서 보인 사랑의 정의에서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았지만 이별을 하면서 몹시 아끼고 귀중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는 했었던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콩달콩 잘 사는 친구의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연인의 사랑은 주고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남편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친구가 어떤 상황이든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일을 다녀도 다니지 않아도, 그녀가 기분이 좋은 날에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남편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가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친구가 엄청 덤벙거리는 성격임에도 묵묵하게 그 부분을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친구 역시 남편이 가진 모습 그대로를 존중해주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이지만 사랑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함께 해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인정하면서 그만큼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저는 제 사랑이 실패한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꾸던 삶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저 혼자만 그를 배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연애 혹은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인데 한쪽만 그 신뢰와 배려, 감사를 한다면 그 관계가 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서로 원하는 사랑의 방식이 다르면 그 진심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했던 이벤트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만족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제가 말한 일상보다 가끔씩 해주는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에 충실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부분에 지쳐있는 것 같으면 “우리는 참 좋은 것 같아.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잖아.”를 강조하며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저는 그에게 연인이 아니라 “엄마”였습니다. 아침에도 저의 하루를 그를 깨우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챙겨주는 것에 감사해했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잔소리하는 “엄마”였지 사랑하는 “연인”은 아니었던 겁니다. 하지만 챙겨주는 것이 익숙해졌기에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무뎌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밖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사랑은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인의 관계에서는 사랑하는  “동반자”의 관계를 꿈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애 오답노트      
1. 사랑은 둘이 하는 것이다. 사랑을 주고받지 않고 혼자의 노력으로는 지키는 사랑은 지속되기 어렵다.
2.  이 사랑을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3. 나의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고 내 연인의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고 맞춰가라.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제가 했던 사랑은 부모가 자녀에게 해 주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아마 제가 부모처럼 챙겨주는 모습에서 그런 사랑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배려를 하고 챙겨주면서 저의 존재를 인정받으려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안전지대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도 겪고 힘든 일을 겪을 때 마음의 안전지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연인이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는 사랑이 두 사람 모두에게 안전지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둘이 서로를 품어주는 안전지대가 되어준다면 이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성장하고 서로를 더 사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둘 다 최소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힘든 부분을 서로 의지하고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침에 그를 깨우는 것부터 집안일, 경제적인 계획, 가정의 대소사를 모두 떠맡았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해도 끝은 항상 그의 외면으로 끝났습니다. 그의 외면에 기댈 곳도, 그 어려움을 말할 곳이 없었기에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해내는 저의 모습이 저의 존재의 이유 혹은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 사람과 헤어지면 내 가치가 없어질 것처럼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별을 통해 사랑은 증명하거나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고 먼저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야 진실된 사람과 사랑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안전지대가 되어줄 수도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개리 채프만 박사 쓴 ‘5가지 사랑의 언어’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랑을 받고자 하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어떻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가를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저자는 “진실한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사랑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배우자가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를 기꺼이 배워야만 한다.”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저는 저의 방식으로만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몹시 귀중히 여기는 마음”은 주는 나의 기준이 아니라 받는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주어야 함도 깨달았습니다. 또한 나 역시도 상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표현받을 때 더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이별을 두려워서 나 혼자 헌신하고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라는 관계를 함께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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