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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Aug 04. 2021

Friday Night

맘 이맘 부풀어 오르는이 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6개월 차에 쓴 글입니다.

 ▷ GOD(지오디) Friday Night 듣기


금요일 2시가 넘어가면 슬슬 느낌이 온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하고 절로 어깨춤이 들썩들썩, 업무 이메일을 쓰면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면 그건 드디어 (월요일부터) 기다리던 불금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퇴근 시간에 1분 1초 가까워질수록 내 입꼬리는 올라가고 심장 소리가 커지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5시 땡, 정시 퇴근할 때도 있지만 금요일만큼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거실 소파로 퇴근해서 잽싸게 배달앱을 켠다. 우리 부부가 자주 이용하는 앱은 도어대시 (Doordash). 수많은 레스토랑과 메뉴들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만큼은 정크푸드를 먹어도 용서가 되는 금요일이니까 시원한 맥주 한 잔 콜?! 그리고 맥주랑 곁들여 먹기 좋은 피자나 치킨 버거, 윙 아니면 중국 음식 중에 하나를 골라 주문을 마친다.


어떤 맥주를 마실지 고르는 것도 메인 메뉴 선정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는 미국에 와서 IPA 맥주의 참맛을 알게 되었는데, IPA를 마실 때마다 특유의 강한 홉 향이 미국 음식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치즈나 버터의 느끼함을 뒤끝 없이 깔끔하게 잡아주는 맥주 향에 빠져서 이제는 일부러 IPA와 어울리는 음식 메뉴를 고를 때도 있다.


최애 조합은 역시 치맥

이렇게 저녁 준비(?)를 마치면 나의 소중한 금요일 밤을 즐기기 위한 루틴을 마친 셈이다. 식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어떤 영화를 볼지 넷플릭스와 아마존 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면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창밖에 노을이 지고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이번 주도 고생했다고 서로 토닥토닥 위로하며 차가운 맥주잔을 짠 부딪히는 그 순간은 뭐랄까, 단순히 '감사하다'고 표현하기에는 그 이상의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직장 동료, 상사의 날 선 말 한마디에 받은 상처와 서러움에 젖은 꾸깃꾸깃한 주름들을 하나씩 어루만지는 날. 고생하는 남편의 어깨가 짠하게 느껴지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우리 모습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시간. 너와 나의 소중한 금요일 밤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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