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기 전에

현아

by 오늘도 나마스떼

요가로서 저의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하시는 다능님, 그 마음 너무 고마워요. 그거 아세요? 저도 요가하러 갈 때마다 다능님의 오늘 하루가 어땠을지, 요즘은 평안한지 항상 궁금해하고 마음 쓰고 있답니다. 단지 우리가 이전보다는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별로 없어서 겉으로 표현을 서로 마음껏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렇게 편지로라도 나눌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한동안 다능 님의 “빛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떠세요?”라는 제안을 마음속에 음미하면서 지내봤어요.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상황에는 음과 양이 공존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밝은 쪽으로 더 두어보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했지요. 멀티플레이어가 못 되는 저는 마음을 두 곳에 동시에 둘 수 없기 때문인지 밝은 쪽에 집중을 할 때, 마음이 어두운 쪽에는 집중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더군요 (다행히 마음 먹은 한 군데에는 집중을 엄청 잘 한답니다).


지선 님이 알려주신 “요가란 마음의 작용을 멈추는 것이다.”라는 말의 뜻도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나의 현재 신체 상태와 아사나에 온전한 집중을 다하는 동안 시끄럽고 복잡한 마음의 작용이 멈추어지면서 환기가 되는 것. 그것 또한 빛을 따라가 보는 것의 일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현 님의 물음인 “일상의 평온과 안식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니, 요새 “빛을 따라가 보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크게는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노력 중의 하나는 밤에 잠에 들기 전에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 것인데요. 형식적인 의미의 기도라기보다는, 제가 현재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불안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 등등을 찬찬히 생각해 보고 중얼거리며 나열해 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짜 불안해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실체를 알아차리고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 의미의 기도인 것 같아요(어쩌면 명상과도 약간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이런 시간을 갖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짧게라도 이런 시간들을 갖게 되면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지난 밤의 기도 내용이 생각이 나면서 마음에 “평온과 안식”을 느끼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친할머니를 모시고 사셔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할머니와 ‘짝꿍처럼’ 함께 지내며 살았었거든요. 매일 친할머니 옆에서 잠자리에 들 때마다, 불이 꺼진 방에서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옆의 할머니가 나지막히 어떤 말들을 중얼중얼 거리시는 소리가 들렸어요.


구체적으로 무어라고 말하시는지 전부 다는 못 알아들었지만, 뭔가 열심히 여러 가지 기도를 하시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잠에 들고는 했습니다.


그때 생각을 하면, 그때 잠자리에서의 할머니의 그 기도가 할머니께 평안을 주는 하나의 의식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하늘로 가신 할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들, 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멀리서 잘 살고 있나 걱정도 되는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의 건강과 평안을 비는 말, 당신 자신의 건강과 무탈/무사한 일상들을 비는 말들...


제가 경험을 해보니까, 할머니도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기도하고 잠에 드시면, 그 다음날은 평온과 안식 속에서 새로운 하루를 다시 맞이하셨겠다.. 싶은 생각이 요새 부쩍 들더라고요.


자기전에 기도를 하고 잠들면 왜 다음 날 아침에 평온함과 안도감이 드는 걸까.. 신기해서 혼자 생각해 봤거든요.


기도가 이루어진 게 있다면,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되어서인 것 같고, 반면에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있다면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이해하게 되는 마음이 생겨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현 님이 그림을 그리게 된 구체적인 계기와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요가로 유해한 것들을 해독한 후에 그 속에서 건져낸 유의미한 것들을 캔버스에 구현해 내는 과정이었군요? 어쩌면 저는 요새 ‘잠이 들기 전에 기도하기’를 통해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과거에 정말 절절하고 간절하게 무언가를 위해 기도해본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거든요. 이 말인즉슨, 그 몇 번 외에는 평소의 일상에서는 무언가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해 본적이 별로 없고 심드렁하게 지냈다는 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누군가를 위해, 또 무언가를 위해 더 자주 기도하고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더 많이 가지고 공을 들이면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제가 다능 님을 1년 넘게 지켜본 결과, 다능 님이 굉장히 완벽주의가 있으시더라고요. 어떤 결과물을 내고자 할 때 오랜 시간 동안 엄청 공을 들여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숙고를 거듭하면서 일을 진행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요. 예전이나 혹은 최근에 다능 님이 가장 만족감을 느꼈던 경험 혹은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사진 : 안나현作, A holy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