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능
현아 님 글을 읽고 그 하루동안 평안과 안식이란 단어를 되뇌었어요.
기도를 하는 이유가 이루어진 것이면 감사하고 이뤄지지 않은 것들은 내 것이 아님을 수용하게 된다는 말씀도 다시금 제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나현 님의 그림을 대하는 마음과 연관 지어 말씀해 주신 것도 마음에 와닿고요.
현아 님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저는 '완벽하다'기보다는 '게으른' 편인 것 같은걸요.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는 것들을 생각해 보자면, 오늘 만든 유튜브 배너, 썸네일도 마음에 들고요. 이사 가는 집도 참 마음에 들어요. 생각해 보니, 저는 저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많이 돌아보면서 느끼는 부분이에요. 항상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다독이는데도 스스로 모난 부분이 많이 보여요. 저만 그런 건 아니지요?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잘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모두 미뤄놓고 잠을 자는 제 습관도, 수업에 체력을 쓰고 나면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제 습관도, 피부가 건조하고 아토피가 있는데도 겨울엔 무조건 따뜻하고 난방이 빵빵해야 잠을 자는 제 습관도 저에겐 맘에 안 드는 구석들인데요.
포기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떻게 완벽하겠어. 부족한 부분을 계속 노력하며 살아가야지.' 다짐하는 제 모습도 귀엽고 안쓰럽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성장이 중요한 사람이구나. 나는. 좋은 수업을 만들고 싶고 이 분야에선 항상 나은 사람이고 싶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완벽'에 대한 저의 과거 경험들이 생각나는데요.
저는 단국대학교를 수시성적으로 차석으로 붙었어요. 그땐 "내가 왜 단국대에 가. 무조건 중앙대에 갈 거야."를 외치고 다녔거든요. 선생님께서 저를 붙잡고선 "다능아. 그러면 안 돼. 아무리 그래도 혼자 있을 때만 그래야지. 너한테 안 좋은 것 같은데." 라며 말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전 입학한 해에 자퇴를 했고 1년은 재입시 , 2년은 연기를 배우며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결국엔 이룬 것들 없이 단국대에 다시 들어가서 졸업을 했지만요. 시간이 흐르고 제 친구는 그런 저를 보고 '하고자 하는 일에 일등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대요.
그 당시엔 참 마음이 아프고 후회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 기간이 무엇을 선택할 때 많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고, 누구나 원하는 루트가 아니어도 지금 내게 필요한 루트를 밟아나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계기도 되었네요.
그리고 최근에 고수리 작가님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어요. 철학, 에세이 정도인가 보다 하고 읽었는데.. 아니 챕터마다 눈물이 주르륵 나는 거예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풀어주시는데, "세상 참 따뜻한데.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도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건데. 맞아 나 좋은 사람(김다능기준)이고 싶지. 적어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얘기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 내가 원하는 내면적 성장은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지선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인간에 대한 고찰, 자기반성 이란 것이 이런 거일까요?
제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면 그것 또한 너무 마음 아플 것 같아서요.
류시화선생님께서 만남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다 나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같이 시간을 보내고 떠나가거나 오랜 시간 함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저와 함께한 시간들이 행복하고 따뜻하고 사랑받는 순간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생각해 보니 현아 님은 영화를 보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혹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고수리작가님의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해드릴게요.
“어두운 게 나쁜 건 아니다.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우울함, 죽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들은 유독 이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어둠에 홀리고,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둠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다만 잠시만 그곳에 머물르라고. 어둠 속을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 당신을 이끌어줄 빛을 만날 거라고.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이 문장 하나가 언제나 제게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좋을 때 든 나쁠 때든 모두요. 위로가 되어주는 기분이에요.
그리곤 고수리작가님의 브런치도 구독하고 여러 책들을 찾아봤어요. 글들이 모두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을 전달해 주시더라고요. 이런 글을 읽으면 하루하루가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좋아하는 무언가, 혹 나와 비슷한 결의 어떤 것들을 접했을 때 그런 기분이 드신 적 있으실까요?
글이라는 것, 생각을 다듬어주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 힐링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쓰는 것, 읽는 것 둘 다요. 글을 쓰자고 제안해 주셔서 감사해요.
지선선생님, 삶을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마음에 생체기가 남아있다는 말이 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 같아 위로가 되어요.
준비하셨던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여행이야기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목 : 고수리 작가님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책의 제목을 인용하였습니다.]
[사진 : 황현아 作, 달빛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