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light
Jul 27. 2024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
책장에서 20년이 훌쩍 지난 문고판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오래전 책갈피
거기엔 동기가 적어준
신경림 시인의 '말과 별'이란 시가 있었다.
-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 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이 가득 주워 담는 꿈을.
-
20년 전 책갈피와 편지로 주고받던 우리들의 말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말 대신
차라리 침묵을 택했어야 했다.
그와 나눈 말들과 시간이
오늘 무척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