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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Dec 18. 2023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법을 배운 사람은 행복하다.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시진 출처 (Image by Mario Hagen from Pixabay)


 최근 고등학생 아들과 조금 소원해졌다. 조금만 더 공부하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맘처럼 따라 주지 않는다. 친구들과 축구하고 게임을 하는 시간이 더 즐거우리라. 이해는 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할 때라고 좀 있다 시험이 끝나고 즐겨도 된다고 말하지만 도통 먹히지 않는다. 아들은 갑자기 잔소리가 늘어난 아빠가 탐탁치 않고 나는 내 맘을 모르는 아들이 탐탁치 않다.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법을 배운 사람은 행복하다. 


Felix     est

펠릭스  에스트

qui    didicit      contentus    vivere    parvo

퀴     디디치트   콘텐투스      비베레    파르보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p36)


사진 출처 : 교보문고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읽고 멈칫하게 되었다. 

아들은 존재만으로 나에게 ‘행복 (Felix)’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태어나기 전 아들이 와이프 뱃속에 있을 때는 건강하게 태어나기만 바랐다. 유치원, 초등학교 들어가서까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건강하게만 자라는 것뿐 이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몸이 약해서 운동과 담 쌓고 살았기에 아들에게는 모든 운동을 체험하게 해 주었다. 덕분에 잘하지는 못해도 왠만한 운동은 다 할 줄 안다. 당연히 매우 건강하다. 여기에 착하기 까지 하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착하고 건강하기만 바랬던 아들에게 갑자기 불만이 생긴 것은 아들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해서구나. 아들은 예전과 같이 그대로 인데 불만의 원인이 또 그로 인한 불행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구나. 더 정확히는 내 욕심에서부터 내 불행은 시작된 것 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다. 


 건강하니 착하길 바라고 착하니 공부를 잘 했으면 바란다. 아들은 아마 갑자기 화가 늘어난 아빠 때문에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 아들은 행복한데 나만 내 욕심에 불행하다. 스스로 불행에 밀어 넣고 있다. 가족의 건강함에 아무 탈도 없음에 감사해야 하는데 너무 행복한 나머지 행복을 모르고 살았나 보다. 지금 이순간 나에게 주어진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데 자꾸 그것을 잊는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친구들과 등산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한참 산을 오르다 나타난 푸른 들판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친구들은 그곳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저자는 등산의 목적을 잊은 친구들에게 빨리 길을 떠나자고 재촉한다. 그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런 시간을 누리려고 사는 거야.”


 ‘이런 시간’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감동의 순간. 작지만 소중한 그 시간 그것들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사는 것이다. 좋은 삶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작고 흩어져 있는 ‘이런 시간’들을 누리다 보면 좋은 삶은, 행복한 삶은 이미 이루어져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거창한 무엇인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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