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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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한 상사가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와이프와 술 한잔 하면서 그 상사가 왜 싫은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와이프가 말을 끊는다.
“근데 그 분 너랑 정말 닮았는데? 그거 네가 하는 행동들 아니야?”
갑작스런 말에 잠시 당황한 나는 분노에 차서 답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와이프가 조곤조곤 짚어준다.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 챙기는 것 하며, 일이 잘 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것. 딱 너네.
아!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야.”
“내가 성질이 조금 급하고 꼼꼼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네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술 먹다가 뼈가 부러졌다. 난 팀원들이 아니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안다고 우긴다면 거짓말이고 그냥 꼰대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던 중 ‘반감’이라는 감정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문득 와이프와의 이 대화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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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이 꼭 남에게만 작용할 이유가 있을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자신에게도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의 안 좋은 모습, 싫어하는 모습을 타자에게서 발견했을 때 그로 인해 그 사람을 싫어하는 즉 ‘반감’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반감의 깊숙한 곳에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못남에 대한 슬픔이 깔려있다. 그래서 동류인 타자에게 투사하며 더욱 더 싫어하게 되는 것인 듯 하다.
와이프에게 뒤통수 얼얼한 깨달음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상사를 싫어했던 것은 그 안에서 나의 부정적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그 모습이 자꾸 내 못난 모습을 상기시켜서 그것이 반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내가 그 상사를 싫어하지 않으려면 먼저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아는 것은 아는 것이고 감정은 감정이다. 난 아직도 그 상사가 꺼려진다. 아직 나 자신의 못난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는 안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