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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Dec 11. 2023

이 우주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댄 후퍼 지음

제임스 웸 망원경 사진 (사진 출처 : NASA)


 백년도 못사는 인생이라 한다. 그런 인생이 감히 우주의 시작을 이야기 한다. 무려 138억년 전 우주가 시작될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간은 이 세상의 시작과 끝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상해 왔다. 태초에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다양한 신화는 그렇게 생겨났다. 20세기 인간은 우주의 실체에 한발씩 다가갔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촉발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일대 전환은 우리가 우주를 보는 그리고 세상을 보는 생각의 지평을 뒤흔들었다. 더 정확히는 그때까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붕괴되고 새로운 ‘시공간’이 들어섰다. 이제 더 이상 기존 물리이론으로 우리가 이해했던 시간의 변화에 바탕을 둔 물리적 예측이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 새로운 물리적 바탕이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우주를 들여다 보는 도구 또한 비약적 발전을 이루면서 우리는 우리 우주의 실제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알던 우주 즉 은하는 우주 전체로 보면 한낱 티끌에 불과했고 실제 우주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대 했다. 우리는 1조개가 넘는 무수한 은하 중 하나의 은하 그 구석에 있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태양계의 조그마한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 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 미미한 존재가 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그 역사를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138억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이 긴 시간너머를. 


 

사진 출처 : YES24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빅뱅의 순간 1조분의 1초 후 우리 우주가 어떠했을지 상상하고 실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CERN (The European Organization for Nuclear Research)의 가장 에너지가 높은 입자충돌기 LHC(Large Hadron Collider )를 활용하여 다양한 입자 물리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뱅 이후 수천만분의 1초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극적으로 1조분의 1초 그 이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밝히고자 연구하고 있으나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지난하기만 한 일이다. 현재 만들어진 둘레 27km의 강입자 충돌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지구 둘레보다 더 큰 지름을 가진 입자 충돌기로도 태초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의 상상과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일이다. 그런 무모한 일에 어떤 과학자들은 평생을 바치고 있다. 


우리 은하 (사진 출처 : 한국천문연구)



 이 우주 곳곳에 우리 지구와 같은 행성들이 널려 있으리라. 그 곳 중 어느 곳에는 생명체가 있을 것이고 이 넓은 우주 그 너머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지성체가 있을 가능성은 꽤 높을 것이다. 이 우주는 그 만큼 넓고 오래되었으니까. 그 지성체를 우리가 만나기는 꽤 어려울 것이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87,000광년쯤 된다고 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달려가도 우리 은하를 빠져나가는데 몇 만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인류의 나이가 고작 수십 만년인 것을 감안할 때 지금의 기술로 또는 더 발달된 기술을 가지게 되더라고 인간이 종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우리 은하를 빠져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하찮고 유한한 존재 주제에 우리는 우주의 시작을 연구한다. 그리고 끝내 우리가 보지 못할 우주의 끝을 궁금해 한다. 먼먼 미래 인간종이 이미 사라지고 그들이 살던 행성 지구는 오래 전 그 태양과 함께 종말을 고했을 그 어느 날 우주의 끝은 어떻게 될까 상상한다.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지성체가 우리와 같이 우주를 바라보고 경외하고 연구하고 그 심원을 바라보고자 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그들이 연구한 결과가 우리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라는 것도 결국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 지나지 않으니 그 너머에 어떤 다른 우주가 있어도 이상할 것도 없을 테니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터무니 없이 적다. 우리 존재의 미미함 만큼이나.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이처럼 무용(無用)한 일을 하고 있다. 참으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궁금증이리라. 빅뱅 후 1조분의 1초에 일어난 일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지만 과학이란 것이 현대에 들어 산업의 그리고 자본의 시녀가 되어 버렸지만 어쩌면 과학의 참모습은 이런 무용에 있지 않을까? 그저 궁금해서 상상하고 궁금해서 연구하고 그리고 기술은 그저 그 부산물처럼 따라오게 된 것은 아닐까? 양자역학을 연구하던 20세기 초 과학자들이 현대의 전자 기기들을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을까? 절대 아니다. 자연계에 설명되지 않는 미시 세계의 현상들을 설명하다 보니 양자역학이 생겼고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다 보니 전자기기들의 기본이 되는 이론들이 성립되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니 과학자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참으로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 종이기는 하다. 어디 인간이 꼭 쓸모에 기대 살아가기만 하는가?


 그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인간은 이 변변찮은, 심지어 하찮기 까지 한 유한의 존재는 그럼에도 이 우주가 이세계가 궁금할 따름인 것을. 우리는 인간은 분명 하찮은 존재들이다. 이 우주 속 먼지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조금은 특별하다고 인정해 줘도 될 것 같다. 이 우연한 원자들의 집합체는 자신이 속한 우주를 궁금해하고 탐구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종례에는 모두 사라져 버릴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될 것들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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