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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채로운 윤슬 Jun 17. 2024

수술날이 다가왔다

예비 신랑의 갑상선 암 수술

수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휴직을 내고 쉬고 있었다.

많이 홀가분해 보이는 그와는 달리 나는 걱정이 늘었다.

전이가 더 되었으면 어쩌나,

혹시나 의료사고가 나진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걱정과 근심이 끊이지 않는걸까.



수술날 아침, 수영을 가기 위해 맞춰놓은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기 싫어하는 날 그가 깨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수영을 하니 개운하고, 기분도 좋았다.



한동안 삶이 엉망처럼 느껴졌었는데

해가 뜰 때 일어나서 운동을 다녀오니

의욕도 넘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내 모습이 나의 마음이 드는 것이 었다.



수영을 다녀오니 그는 자고 있었다.

예비 시아버지께서 오신다고하셔서 얼른 집안 정리를 했다.

분리 수거할 게 많아서 두번을 왔다갔다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돌렸다.



휴대폰이 울렸다.

사무실에서 미팅에 참석하라는 연락이었다.


아.. 바쁜데,

사무실에서 챙길 것도 있고 잠깐 다녀와야겠다 싶어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가는 길에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예비 신랑이 수술 들어가는 날에 일을 해야한다는 것과

사무실에 가서 또 실적 압박을 받아야하는건가 싶어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숨통이 조이기 시작했다.


그냥 그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 불편한 상황을 극복해야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을 알기에 심호흡을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정규 미팅이 아니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미팅 참석을 잘 하지 않는거냐고 내게 말씀하시는 관리자의 농담섞인 말을 듣고 표정관리가 안 되었다.


항상 일찍 일어나서 미팅 갈 준비 다 하는데.

갑자기 공황발작이 와서 집에서 주저 앉아있다가 미팅에 참석하지 못한 날이 숱한데.

어떨 때는 회사 건물 앞에서 한시간을 있다가 진정되면 들어오는데..


심지어 오늘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운동도가고 집안일도 하고, 예비 신랑 뒷바라지도 해야되는데 이정도까지하면 잘하는 게 아닌가, 대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왜 저렇게 말하는거지.


사실대로 말하려다가

사람들 앞에서 무안줄 필요가 뭐있을까싶어

애써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은 게 맞나..? 모르겠다.


묘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인지 뭔지

계속 농담 던지시는 관리자분들의 말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애써 웃으려하다보니 부정적인 생각은 어느새 작아져있다.

역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


미팅이 끝나고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서 그에게 연락했다.

그는 시아버지께서 오셔서 짐 챙기고 바로 병원가야겠다고, 병원 가는 길에 잠깐 만나 점심 식사를 하자고 했다.



식당에 도착했다.

빼곡히 차있는 주차장에 주차하기 겁이나 그에게 전화할까 싶었지만 그에게 배운대로 차근차근 주차를 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도착했다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내가 주차하는 걸 봐주려고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다정하기도 하지..


곤드레 돌솥밥을 먹는데 그가 이것저것 챙겨줬다.

수술 전에 든든하게 먹이고 싶었는데, 수술 끝나고 기약을 잡았다.

배불리 밥을 먹고 카페에 들려 테이크아웃을 했다.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할 여유는 없었다. 얼른 병원에가서 입원 절차를 밟아야했기 때문에.

보호자는 등록된 한 명만 가능하다고해서 퇴직하시고 시간적 여유있으신 시아버지께서 병간호를 하기로 했다.


그의 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작별 인사도 제대로하지 못한 채 그렇게 훌쩍 떠났다.



수술 일정이 나왔다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전 11시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오후 6-7시에 끝날 예정이라고 했다.


갑상선 암 수술 2시간도 안 걸린다고 들었는데, 왜 그렇게 오래걸리는거지.

림프절 전이가 많이 됐다는 말인가?


이렇게도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하는데

왜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건지..

그의 좋지 않은 생활 패턴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는 이 병의 심각성을 몰라서 살던 대로 지내는 걸까.

좀 치열하게 나으려고 노력해야하는 게 아닌가,

왜 변한 게 없는 걸까.


매일 콜라와 치킨과 햄버거를 달고 살았던 그가 채식을 한다는 자체가 나름 노력하는건가..


머릿 속이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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