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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ug 28. 2019

잘츠 부르크 카드는 최고!!-2

맥도널드- 모차르트 생가-  장난감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장난감 가게

 11살 일기

장난감 박물관도 자연사 박물관도 모두 재밌었다. 이곳 잘츠부르크 아이들이 부럽다. 이렇게 좋은 박물관을 매일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9살 일기

장난감 박물관에서 기차를 만들었다. 정말 멋지게 만들었는데 그냥 두고 나와야 했다. 집에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던 어제에 시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모차르트 생가였다.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였지만 잘츠부르크 카드는 버스 이용료가 무료였으므로  당연히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지 못했던 까닭에, 모차르트 생가에 가기 전 맥도널드에 들다.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한참을 붐비던 엊그제 오후와는 다르게 아침의 맥도널드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몇 개의 테이블에 산책을 나온 듯한 주민들이 저마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우리 역시 잘츠부르크의 시민들 인양 간단한 메뉴와 커피 등의 음료를 주문했다. 비 오는 잘츠부르크의 날씨와 따뜻한 모닝커피는 궁합이 잘 맞았다.


모차르트 생가에 입장했다. 전시관은 이미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특이했던 것은 그들이 쓰는 말들이 오스트리아의 공용어인 독일어가 아닌 프랑스어였다는 점이었다. 모르긴 해도 프랑스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보였다. 십 대의 청소년들이 거칠고 시끄러운 것은 우리나 그네들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조용한 관람은 물 건너간 것 같았다. 다행히 모차르트 생가를 설명해주는 가이드 애플리케이션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영어로 된 가이드였지만,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학생들의 말소리가 덜 들려 그나마 관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빠, 이 형아들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

"유럽 사람들이라고 다 매너가 좋은 것도 아니네."


아이들 역시 신경이 거슬렸는지 저마다 불만을 뱉어냈다. 아이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의 화면을 보여주며 집중을 유도해 보았지만 영어로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튼 소란스러웠던 프랑스 수학여행단 덕분에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대한 아이들의 추억은 그렇게 어수선하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드디어 잘츠부르크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열망했던 장소인 장난감 박물관을 갈 차례였다. 혹시라도 아이들의 기대를 배신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막상 도착한 박물관은 그것을 가볍게 기우로 날려 보냈다. 

블록으로 실제로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고 쇼파에 앉아 독일어로 된 책을 볼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장난감 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장난감들을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들이 직접 연결한 레일 위를 달릴 수 있게 만든 기차 장난감을 마음에 들어 했다. 나무나 터널, 기차역, 건널목 같은 것을 직접 배치할 수 있게 만든 제법 실감 나는 장난감이었다. 지켜보는 나 역시 어릴 적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곤 했던 기차 장난감의 추억이 떠올라 잠시나마 정겨운 회상에 잠길 수 있었다.


현재도 기차 장난감은 비싸지만 지금보다 장난감이 귀했던 그때에는 더욱 고가였기에 내게도 실제로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본 기억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그렇게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꿈꿨던 내가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실제의 기차여행을, 그것도 동경하던 세계인 유럽에서 하고 있으니 나는 어느새 어릴 적 꿈을 현실로 이룬 것일지도 몰랐다.

빠앙! 기차가 출발합니다~

점심으로는 요 며칠 게트라이데 거리를 오가면서 궁금해했던 중국 뷔페에서 먹었다. 중국음식을 먹는 것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인 듯했다. 구글 지도에서는 맛이 없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음식 종류도 다양했고 맛도 그럭저럭 우리 입맛에 맞아 양껏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만 성인과 아이들의 가격이 동일한 점과 현금으로만 계산을 강요하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잘츠부르크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자연사 박물관에는 자연과학과 관련한 전시물뿐만 아니라, 스키체험과 같은 여러 가지 체험형 시설들도 함께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매우 좋았다. 원래 계획으로는 자연사 박물관을 둘러본 후 모차르트가 살았다는 레지던츠나 다른 관광지를 더 들러 보려고 했다. 하지만 한껏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나머지 오후 시간도 이곳에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실 이틀 간의 빡빡한 일정에 다소 지친 탓도 있었다.     

크앙~ 우리는 티라노사우루스닷!!
집중해서 스키체험을 하고 있는 일우
유인원이 된 형제들과 휠체어 체험을 해 보는 혁우

박물관을 나섰더니 캄캄한 하늘에서 다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거친 빗줄기를 뚫고 첫날 아이들이 들렀던 장난감 가게로 향해야 했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냉큼 고른 장난감 총 한 개와 집에 갈 때 아이들이 사용할 우산을 구입했다. 두 달 가까운 여행기간 동안 어떻게든 우산을 사지 않으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지중해에서 멀어져 내륙의 나라로 이동하면서 비가 오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격이 비싸, 우선 아이들 용으로 두 개만 사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위치한 미라벨 정원에 도착하니 쉬지 않고 퍼붓던 비가 어느새 잦아들고 있었다. 우산은 괜히 산 모양이었다. 유럽의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이틀 동안의 강행군에 뻗어버린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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