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평상 Aug 29. 2019

잘츠부르크에서 빈으로

잘츠부르크- 빈

11살 일기

아빠가 힘이 없어 보여 마음이 안 좋았다. 나라도 도와야겠다.


   

9살 일기

호텔에 일찍 들어와 장난감 놀이를 해서 좋았다.




첫날, 우리를 맞이했던 호텔 직원은 8세 이하 어린이의 조식은 무료라고 안내했다. 아직, 혁우는 만 8세가 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가 떠올라 부실했던 저녁 식사에 대한 미안함으로 아이들에게 호텔 조식을 사줬다. 하지만, 체크 아웃을 안내하는 프런트의 직원은 8세가 안된 혁우의 비용까지 모두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8살이 안된 어린이는 무료라고 안내를 받았으니 확인을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는 내 영어를 못 알아듣겠다고 말하며 냉랭한 표정으로 나의 요청을 거절했다. 몹시 화가 났지만 열차 시간이 임박했던 까닭에 돈을 주고는 숙소를 빠져나와 버렸다.


'고작 이런 정도의 일로 여행을 망칠 수는 없잖아.'


이런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녀의 무시하는 듯한 말투와 쌀쌀맞은 표정이 계속 떠오르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 화났어요?"

"별거 아냐, 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근데 아까 그 누나는 왜 그렇게 아빠한테 화를 낸 거예요?"

"글쎄다. 출근하기 전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지."


일우에게는 그 직원이 내게 화를 낸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일우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직원에게 좀 더 정확히 따져 물었어야 하는 건데 하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언어 능력의 한계와 일정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조바심은 여행지에서의 나를 더욱 소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오랜 여행으로 쌓여가는 피로감은 내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아빠, 가요!"


일우가 멍하니 서 있던 내 손을 잡고는 파란불이 들어온 횡단보도로 잡아끌었다.


'그래, 혼자 힘으로 안되면 아이들하고 같이 하면 되는 거지, 뭐.'



잘츠부르크 역에서 빈 중앙역으로 는 열차를 탔다. 세 시간이 지날 무렵 기차는 빈 중앙역에 도착했다. 빈 중앙역에서 숙소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던 까닭에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좀처럼 트램 승강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삼십 분 정도를 헤맨 후에 간신히 찾은 트램 승강장은 간단한 정류소가 아닌 시외로 나가는 기차들도 함께 사용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플랫폼이었다. 정확한 승강장 번호를 알아내야만 했다.


어차피 비엔나 카드를 구입하기로 했던 까닭에 카드를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혹시나 말로는 못 알아들을까 봐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물었더니 다행히 정확한 번호를 알려줬다. 덕분에 무사히 트램 탑승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시에서의 출발은 언제나 긴장되고 힘이 들었다.

단촐했던 객실 내부의 모습

흐린 날씨 탓인지 숙소에 도착할 무렵 하늘은 이미 어두워 있었다. 중간에 길을 헤매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탓도 있었다. 숙소 근처의 마트에서 컵라면과 과일을 사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비엔나의 저녁 날씨는 4월 초임에도 무척이나 쌀쌀했다.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다 아이들이 감기에라도 걸리면 큰일이었기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후 곧바로 숙소로 복귀했다.


비엔나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이런 나의 아쉬움과는 상관없이 모처럼 여유로운 일정에 신이 난 형제들은 옆 침대에 누워 장난감 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조용했던 저녁거리

 



이전 13화 잘츠 부르크 카드는 최고!!-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