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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

내겐 아직 어려운 그곳

by 옥상평상

은각사의 원래 이름은 지쇼지로 우리말로 자조사(慈照寺), 즉 자비를 비추는 절이란 뜻이다. 앞에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금각사 역시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로 우리말로 녹원사(鹿苑寺), 즉 사슴정원이 있는 절이란 의미다.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은각사란 이름은 금각사를 의식해서 만든 이름이다.


하지만 은각사는 금각사와 다르게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금각사의 1층의 신덴즈쿠리(寢殿造) 양식과 다르게 쇼인즈쿠리(書院造) 양식이다. 신덴즈쿠리(寢殿造) 양식은 하나의 공간을 천으로 개별공간으로 나눈 후 일부에만 다다미를 깐 것임에 반면, 쇼인즈쿠리(書院造) 양식은 하나의 공간 전체에 다다미를 깐 후 문을 설치해 공간을 나눈 방식을 말한다. 쇼인즈쿠리(書院造) 양식은 현재 일본 건축양식의 원형이 되었다. 은각사가 금각사보다 후대의 건물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반면, 은각사의 2층은 금각사의 3층과 동일한 선종 사찰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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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로 불리는 '관음전'건물은 금각사와 비교해 소박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함께 간 가족들도 약간 실망한 눈치였다. 방문 전 혹시 기대에 못 미칠까 싶어 미리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금각사보다 초라한 규모의 목재 건물에 꽤나 실망한 듯 보였다.


"뭐야. 그냥 집이잖아."

"은도 안 칠해져 있네."

"여긴 안 와도 좋을 뻔했어요."


엄마까지 아이들과 같은 의견일지는 예상 못했다.


아이들의 말대로 은각사는 금각사와 다르게 은박이 입혀져 있지는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돈이 없어서 은박을 입히지 못했다.'와 '애초에 은박을 입힐 계획이 없었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생각건대, 애초에 자비를 비춘다는 취지로 만든 절이었기에 은박을 입히는 것 같은 일은 계획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무래도 자비로움과 번쩍거리는 은은 어울리기 힘든 요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레산스이 양식의 은각사 정원


가레 산스이 양식( かれ‐さんすい【枯山水】)으로 만든 은각사의 정원이다. 우리말 한자로 읽으면 고산수【枯山水】 로 마른 산과 물이란 뜻이다. 우리말 정의로는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 구글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연못이나 흐르는 물을 이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로 산수풍경을 표현하는 정원 형식. 무로마치 시대에 전해진 송·명나라 수묵화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은각사와 용안사 정원 등이 유명하다.'


나무위키에는 또 다음과 같이 나왔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바위, 이끼, 모래를 이용해 정원을 표현한다. 물이 들어갈 자리에는 자갈을 깔고 나란히 홈을 그어 물결을 나타낸다. 이 양식은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선종 사상을 재해석한 것이다.


결국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바위, 모래, 자갈 등의 재료를 이용해 자연을 표현한 정원기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래에 홈을 그어 표현한 양식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바람이나 비 같은 날씨에 대단히 취약하다. 꼭 비바람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모래가 흩날리며 문양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계속 홈을 그어줘야 하는데 그 작업에 들어가는 정성과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새삼 참으로 귀족스럽고 인위적인 정원의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처럼 자연 그대로의 정원의 모습이 아닌 이처럼 인위적인 정원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비와 같은 값싼 노동력이 주기적으로 계속 투입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상대적으로 노동력의 가치가 높아진 최근, 상점이나 건물의 정원에는 접착제나 응고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모래의 형태를 영구적으로 고착화하기도 한다.


앞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일본 사람들은 금각사보다 은각사의 자연스럽고 소박한 미를 더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작고 소박한 형태의 은각사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일본식 정원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는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내겐 거기까지다. 금각사의 화려함과 처연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아름다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거기에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읽었던 소설 금각사의 감동이 은연중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되어 온전히 은각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


https://maps.app.goo.gl/aGC39MJNLpN1syV57




향월대와 은사탄 모래와 자갈로 각각 후지산과 바다를 표현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나온 교토시내와 함께 보이는 은각사 전경
비단거울연못이란 뜻의 금경지는 아기자기하고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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