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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Nov 13. 2023

타이푸드 쿠킹클래스

과연 요알못 아저씨도 팟타이 요리법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을 떠나기 전 쿠킹 클래스를 미리 신청했다. 혼자 하는 여행인 까닭에 여행 일정이 늘어질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쿠킹 클래스 말고도 평소 배우고 싶었던 무에타이 클래스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한국에서조차 요리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없는 내가 과연 타국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요리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여행지가 주는 새로움과 설렘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클래스에는  후쿠오카에서 온 일본 청년이 있어 청일점의 쑥스러움만큼은 면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요리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똠얌꿍.

 불에 끓인 수프. 얌은 야채, 꿍은 새우를 뜻한다. 나는 이 음식을 미국 여행을 하면서 처음 접했는데 처음 맛보았을 때 느꼈던 매운맛, 신맛, 단맛, 짠맛의 오묘한 맛의 궁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태국 강사분의 쉽고도 재미있는 영어 멘트를 따라서 재료를 볶고 끓이다 보니 어느새 그럴듯한 똠얌꿍이 완성되었다.


내가 만든 태국 요리라니?


맛이  미심쩍었지만 용기 내어 한 술 떴다. 그런데 웬걸?


거기에는 의외로 똠얌꿍의  시고 달고 매운 복잡 미묘한 맛을 넘은 자꾸 수저를 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아! 신이시여. 정녕 이게 제가 만든 똠얌꿍이란 말입니까?'


나는 저 유명한 영화 벤허를 만든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본 후 자기도취에 빠져 뱉었다는 말을 속으로 외쳐대며 순식간에 뚝딱 한 그릇을 비워냈다. 물론 점심을 먹지 않고 온 이유가 가장 컸으리라.


두 번째 요리 팟타이.


수강생 중 유이한 남자인 나와 일본인 청년은 강사분의 지시에 의해 강제로 같은 조가 되어 재료를 다듬고 볶았다. 하지만 둘 다 요리 바보였던 우리의 팟타이는 다른 여성분들이 만든 것에 비해 뭔가 한참 모자란 비주얼로 완성되고 말았다. 함께 만들면서 나중에 후쿠오카로 돌아가면 후쿠오카 나카스 강변의 명물 야타이 포장마차의 메뉴로 내놓아도 좋을 것 같다는 농담까지 건넸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고 나니 농담은 어디까지나 농담인 걸로...

세 번째 요리인 태국식 카레는 그래도 한국에서 수없이 만들었던 삼분 카레의 노하우 덕택인지 그럭저럭 먹을만하게 만들어졌다. 내 옆의 일본 청년 역시 팟타이의 실패를 딛고 달콤한 카레를 완성해내고 말았다. 사실 관심 사병이 되어버린 요리 바보들을 염려한 강사분의 도움이 컸다.



네 번째 요리인 망고밥.

부드럽기 짝이 없는 망고 속살에 칼집을 내는 일이 가장 큰 난관이었는데 오랜 시간 수련해 온 검도 덕분에(?) 어렵지 않게 험난한 과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문득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견문발검(見蚊拔劍)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요리인 우리의 김치 같은 솜땀.

강사분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양념을 위한 절구질을 시켰다. 뭐 스스로 생각해도 오늘 수강생 중 절구질에 가장 적합한 팔근육을 가지고 있던 것은 나였으므로 나는 패기있게 절구질에 임했으나 문제는 나의 팔근육은 보여주기용이었다는 것. 몇 번의 절구질만으로도 이미 지쳐버린 나는 자신도 모르게 힘든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습을 강사분이 본 것이었다.


"스마일!!!"


강사분이 내게 웃음을 강요하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 바람에 황급히 웃는 나.


솜땀의 양념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로써 걱정했던 쿠킹 클래스의 과제를 가까스로 완수해 내었다. 하지만 과연 요알못인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팟타이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는...

일단,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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