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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ug 18. 2024

평상의 운수 좋은 날

짐발란 비치 - 빠당빠당 비치 - 울루와뚜 사원



6월에서 9월 사이가 건기인 발리의 날씨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적도에 걸친 지역인지라 낮에는 더울 수밖에 없었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에만 들어서면 시원했고, 해가 사라진 저녁에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같이 선선했다.



오늘은 유난히 해가 좋은 날이었다. 몸이 많이 좋아져 긴 일정을 잡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우선 클룩으로 예약해 놓은 짐발란의 해산물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가인 랍스터 구이를 2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기에 사뭇 기대가 컸다.


https://maps.app.goo.gl/qXaaAryfpAK7jeR56



미리 예약한 시간인 12시에 맞춰 식당에 들어섰다. 하지만 맞아주는 이가 없었다. 직원 몇 명이 오픈 준비로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중 한 명에게 물었다.



"12시에 예약하고 왔는데요."



나는 스마트폰의 바코드를 보여주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1시에 다시 와요. 아직 식당 준비가 안되었어요."



원래 식당의 오픈 시간이 1시인데 클룩 예약시스템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나는 앞으로  한 시간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식당 내부에서 기다리기가 어색했던 나는 근처 짐발란 해변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한낮의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을 한 시간 동안 걷는 일은 힘들고 무료한 일이었다.



마침, 서핑 보드를 렌털해 주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보드를 빌려 서핑을 시작했다. 아직 여전히 초보 서퍼였던 나였지만 보드 렌털하는 정도는 이미 고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낮은 파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파도를 고르고 그 타이밍에 맞춰 패들링을 한 후 보드에 서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보드에 일어서서 파도를 타고 싶었지만 서핑의 신은 그조차도 내게 허락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양팔로 바다를 저어 나아가는 패들링 기술만 잔뜩 늘고 말았다. 그래도 이거라도 어딘가?



식당의 음식은 그저 평범했다. 클룩의 수많은 호의적인 평가들의 이유가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음식의 질이 아니었다. 종업원의 응대가 발리에서 보기 드물게 딱딱하고 형식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 중이었다. 이미 음식값을 클룩에 지불했던 까닭에 나는 맥주값만 지불하면 되었다.



"맥주 한 병에 얼마예요?"



"7,000원"



직원인지 사장인지 모를 덩치 큰 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그에게 만 원정도 되는 금액인 10만 루피아를 건넸다. 그러자 그가 지폐 3장을 거스름 돈으로 주었다. 내가 금액을 확인하며 지갑에 넣으려는데 자세히 보니 지폐 두 장이 500원 짜리였다. 내가 그를 쏘아보며 따지려고 하자, 그제야 그가 천 원짜리 한 장을 더 건넸다. 가타부타 미안하다는 말도 미안한 표정도 없었다.



발리에서도 몇 번의 불친절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장난질은 처음 경험한 것이었다. 그를 쳐다보며 따지려고 하다가 고작 천 원정도의 금액을 가지고 그러는 그가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말았다. 다만, 상품의 후기에는 정확히 기재해 다른 관광객들이 주의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https://maps.app.goo.gl/VkHaGU8tcfbBQZVYA



서퍼들의 성지인 파당파당 비치를 들렀다가 울루와뚜 사원으로 향했다. 울루와뚜 사원은 신들을 모시기 위해 사원을 지었지만 그곳을 지키며 살 사람들이 없자 원숭이들을 풀어놓아 지키게 하는데서 유래한 곳이었다.


https://maps.app.goo.gl/hzMUJrZqbKiuPvFq7


그래서일까? 오랜 세월 이 돌로 된 건물에 갇혀 지낸 원숭이들은 우붓의 원숭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사나웠다. 구글의 후기만을 봐도 원숭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원숭이에게 물리적인 공격을 당한 이들도 있었다.



사원의 절벽에 놓인 길을 따라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소녀가 길가에 앉아 울면서 가족들의 위로를 받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갑작스러운 원숭이의 공격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원숭이가 누군가에게서 뺏은 토끼인형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둘러싼 채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악!!"



갑자기 여성의 비명이 크게 들려왔다. 원숭이 하나가 한 여성의 선글라스를 벗겨 달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여성이 따라가 보긴 했지만 전혀 그녀가 따라갈 속도가 아니었다. 원숭이가 사라진 풀숲을 향해 뒤늦게 나타난 사원의 관리인이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는 다른 먹이를 던지며 선글라스와의 교환을 시도했다. 일종의 이곳의 법칙인 모양이었다. 원숭이는 관광객들의 물건을 훔치고 관리인들은 그 대가로 먹이를 주는 모종의 대가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내가 음악을 듣고 있던 헤드셋을 벗겨내려고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 헤드셋을 손으로 눌러 방어했다.



"꺄꺄꺅!!!!"



원숭이의 고함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리고 있었다. 맹랑한 원숭이 하나가 내 헤드셋을 훔쳐가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화가 났는지 나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녀석을 향해 위협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녀석이 순식간에 먼 곳으로 달아났다.



그 광경을 보던 내 주위의 다른 관광객들이 나를 보더니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어줬다. 한 서양 여성은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려줬다. 머쓱해진 나는 얼른 사람들의 무리를 빠져나왔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녀석은 내가 지니고 있던 물건 중 제일 비싼 것을 어떻게 알았던 걸까?'



오늘은 내게 있어 유난히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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