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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ug 20. 2024

톰크루즈와 팁

사누르 소풍



이제 다음 주에 발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졌다. 뭔가 방학 동안 숙제를 미루다 미루다 마침내 개학을 맞이한 초등학생처럼 그동안 방문을 미뤄두고 있었던 장소를 부랴부랴 들러보기로 한다. 역시 사람은 마감이란 것이 필요한 존재였다.



오늘은 은퇴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사누르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곳 짱구에서 바이크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다. 사누르는 지난번에 들렀던 누사두아와 마찬가지로 관광단지로 개발된 장소였다. 다만, 가장 초창기에 개발된 곳인 까닭에 이제는 많이 노후한 장소가 되고 말았다. 다만, 최근 방콕과 자카르타에도 있는 대형 쇼핑몰인 아이콘 발리가 생기면서 새롭게 활력을 얻고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사누르에 새로 생긴 아이콘 발리의 모습



이곳의 물가는 내가 사는 짱구 등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한 달 살기 등을 하러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특히, 호주나 유럽의 은퇴자들이 노후를 보내는 곳으로 유명했다. 덕분에 이곳은 백발이 성성한 서양 시니어들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곳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바이크 택시는 취소 없이 한 번에 잡혔다. 호텔에 도착한 드라이버는 청년이라기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그의 오토바이에 타고 가는데 그가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 이름이 정말 이단 헌트예요?"



"예. 그랩 어플에는 그렇게 표시되어 있어요."



"그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 나오는 그 이단 헌트요?"



"아? 이건 그냥 그랩어플 닉네임이에요."



"난 또 당신 이름이 정말 이단 헌트인 줄 알았죠."



"미션 임파서블 영화를 좋아해요?"



"예. 제일 좋아하는 영화예요."



"저도 좋아하는 영화예요. 주인공 이단 헌트를 연기한 톰크루즈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죠."



"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미션 임파서블 영화와 톰크루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사누르에 도착했다. 하지만 내가 가려고 했던 해산물 식당의 문은 닫혀 있었다. 오토바이에 앉은 채 난감해하고 있는데 드라이버가 내게 물어왔다.



"식당 문이 닫혔는데 어디 다른 데에 내려줄까요?"



천만다행이었다. 이곳 식당이 생각보다 시내에서 먼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사누르 해변에 데려다 줄래요?"



"오케이"



그 덕분에 아주 편하게 사누르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내려주며 수줍은 얼굴로 뭔가 부탁을 했다.



"혹시 라이더 평점 5점 만점 줄 수 있어요?"



"응? 아! 평점. 물론이죠. 뭐가 어렵다고."



"그리고... 팁도 주실 수 있으면 부탁드릴게요. 많이는 말고 조금만 주시면 돼요. 진짜 조금만 주셔도 돼요."



미션 임파서블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의 얼굴이 마치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의 표정처럼 잔뜩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 지금은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는데 어플로 보내도 될까요?"



"아, 네 고맙습니다."



소년의 얼굴이 사랑 고백에 성공한 사람처럼 갑자기 환해졌다. 사회 초년생으로 아직은 거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그의 마음이 짐작되었기에 나는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힘차게 나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소년은 그 길로 미션임파서블의 톰크루즈와 같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남겨진 나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말았다.



'택시비 5,000원에 도대체 팁은 얼마를 줘야 하지?'



'1,000원? 그래도 한국사람 체면이 있지. 그래, 그냥 2,000원 주자.'



하지만, 팁 금액이 나와있는 버튼에는 2,000원이 없었다. 대신 2,500원이 있었다.



'이런 2,500원은 좀 센데...'



그 옆을 보니 반갑게도 1,500원이 있었다. 나는 냉큼 그 버튼을 터치했다. 마통과 와이프에게 지원받아 근근이 여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짐이 느껴졌다.



문득, 궁금했다.



실제 톰크루즈가 내 주머니 사정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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