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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깡 May 13. 2022

후루룩 끓어오르는 부아통

미술 선생님한테 카톡이 왔다.


어머님 저녁 드셨어요?  아이들 잘 알아듣고 잘해요 ^^
귀엽고 예쁜 아이들예요.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


둥이의 미술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을까?

동그라한 얼굴에 점을 찍고 다섯 개의 손과 발가락  그리고 있 둥이한테서

"느림"을 주워 담는 일은 이제 놀랄 일이 아지만..


겨우 둥이를 두 번 가르친 선생님한테 '초등학교 유예'라는 말을 들을때 부아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었다.


선생님한테 다시 전화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둥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느리다는 걸 알고 있지만 초등학교 유예 이야기를 조언하는 것은 선생님의 오지랖이자, 엄마 마음에 돌멩이를 던지는 격이라고 고성을 질려버렸다.


선생님은 이미 정신이 빡 도는 내 앞에서 정갈한 목소리로 '본인 딸도 12월생으로 초등 3학년까지 너무 힘든 기억이 나서 유예 이야기를 했을 뿐' 둥이의 지연을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콕 집어 말했다.


마스트에 송골송골 맺힌 침 냄새를 맡으며 선생님이 말한 유예라는 단어에는 비교, 경고, 모욕 등 부정적인 의미만 있을 뿐 둥이를 위한 은 한 톨도 없음을 따지려다 그저 선생님의 오지랖을 한탄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날 저녁 선생님한테 카톡이 왔다.


선생님 마음  가시를 발라 학부모 저녁 밥상에  올린 화해의 내용이겠지만   

아이들 잘 알아듣고 잘해요 ^^  문구에 참 서성거리다 아통이 후루룩  라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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