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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TS May 23. 2018

의미 있는 변화가 어려운 이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하여- 4 

앞선 글들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 주로 이슈가 되는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 주로 이를 다루는 기업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대하는 기업이 현시점에서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뤄보려고 합니다.




아래 기사는 전 세계 CIO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다루고 있고, 그중에서도 한국과 이른바 선도조직으로 평가된 기업의 CIO의 인식 차이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기사에 있는 표가 그 차이를 보기 쉽게 정리한 것 같아서 따로 첨부했습니다.

저도 이 기사를 보면서 이번 글의 주제를 정하게 됐으니 독자분들도 기사를 보고 함께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표를 보면 가장 뚜렷한 차이는 '표 1. 비즈니스 목표'의 1, 2순위 목표일 것 같습니다. 선도조직의 경우 디지털 비즈니스/디지털 변혁, 성장 및 점유율을 주요 목표로 꼽은 것과 달리 한국의 CIO는 성장 및 점유율과 혁신, R&D, 신제품/서비스를 주요 목표로 꼽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이 의미 있는 디지털화를 이끌어내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해보겠습니다.




문화 vs 기술

위에서 본 차이는 근본적으로 문화의 변화를 중요시하느냐, 신기술과 서비스를 중요시하느냐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장에서의 성장과 점유율 상승을 꽤 하는 반면, 선도기업으로 평가된 기업들은 기업 문화의 디지털화를 통해서 동일한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런 인식 차이는 근본적인 방향성의 차이를 가져오게 되고, 그런 차이가 결과의 질을 결정할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애자일, 데브옵스 같은 조직문화 전체를 혁신해야 하는 변화가 왜 국내 기업에서는 힘든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문화를 분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신기술을 다루는 업체와 계약해서 서비스를 다른 기업보다 빨리 출시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업체를 섭외해 비슷하거나 동일한 서비스를 출시하기 때문에 그다지 혁신성을 보여주거나 고객의 유입을 유도할 수도 없습니다.

기업의 임원들도 이런 부분을 전혀 모르지는 않을 것이나,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로 신제품을 경쟁을 하는 현재 시장구조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거나 내부 문화의 변화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모든 기업에서 이런 치킨게임이 계속되는 밑바탕에는 임원들의 무지와 제한된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무리한 성과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경영진 역량 부족을 인정해야 성장 가능하다

한 조직에서 경영진의 역량이란, 미래에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현재 부족하거나 결핍된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 능력이고, 이를 다른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역량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IT 임원은 항상 기술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조직에 필요한 기술들을 고민하고 비 IT 임원들을 설득해 기업에서 IT의 역할이 더 빛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는 대다수 기업의 임원들은 너무 오랜 시간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단순 관리성 업무를 취급해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시스템과 문화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만한 역량이 지나치게 결핍돼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동안 직원들의 역량개발에 신경 써오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인력 육성 로드맵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내부 인력을 육성하는 투자는 단기간에 눈에 보이지 않고, 초기 비용이 지나치게 소모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기존의 방식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외부업체 계약을 통해 프로젝트를 지시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기사에 홍보하는 것이 그들이 해왔던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단순히 신기술을 적용한 서비스의 출시라고 인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술에 대한 무지의 결과이며,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방식과 조직문화를 경험해온 임원들이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기업이 진정한 변화를 학 위해서는 부족함을 인식하고 발전하려는 경영진의 노력과 경영진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고, 앞으로 경쟁사와의 근본적 차이를 만드는 잠재력이 될 것입니다.


내부 IT역량의 부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토록 이슈가 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기업의 출발은 디지털을 등한시 해왔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기업 내에서 IT는 그들의 서비스를 보조하기 위한 도구 또는 비용으로 취급돼왔고, 내부 인력을 육성하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잘 갖춰진(사실은 비용 조건에 잘 맞춰진...) 업체를 섭외해 서비스를 도입해온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인력은 이미 있는 서비스를 유지 보수하며, 구 시대 개발환경이나 시스템 환경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트렌트를 따라가는 것은 온전히 직원 개인의 흥미에 따른 것이며, 그럴 필요가 없거나 굳이 그러지 않아도 조직 내에서 입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내부 IT 직원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이렇게 빠른 변화를 따라갈 역량이 결핍됐거나 심각한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이런 직원들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애초에 조직은 그들에게 기술적 발전을 요구해오지 않았으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IT 직원 육성을 해오지 않았기 디지털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를 느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지만 여기에도 IT인력 육성은 배제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려면 내부 IT인력의 충원 및 육성은 피할 수 없는 길이며,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부 직원의 역량 향상에 집중하는 것은 유능한 신규직원의 유입과 유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능력 있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조직 내부의 역량 부족으로 그 직원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주지 못하면 좋은 직원의 이탈을 막을 수 없고, 만약 남아있더라도 기존 인력들의 연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역량의 하향평준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문화의 변화이며,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력을 통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물론 임직원의 경험이 부족해서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이를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내부에서 동기부여를 일으킬 노력을 해야만 의미 있는 변화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량 부족이 탄로 날 때의 두려움

경영진은 자신들의 역량 부족이 대외적으로 탄로 나는 경우는 상상하기도 싫을 것입니다. 저는 어쩌면 경영진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짜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원들의 임기는 정해져 있고,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만 다음 임기가 보장되거나 한 단계 더 나아간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이 현재 기업 임원들의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기업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임기중에는 변화의 과정에서 오는 불협화음이 주목받을 것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기존의 방식대로 AI라고 부를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챗봇을 서비스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해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면서 IT인력 육성 방안이나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디지털 관련 사업부서를 신설하는 행태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진행들만 봐도 기업이 진정으로 기업문화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역량이 부족한 임원에 어느 한 둘이 아니라 대다수의 임원이 포함되기 때문이고 이들의 공동의 목표는 자신들의 계약 안정이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 방향 제시는 할 수 없고, 조금의 고민으로 큰 대외 홍보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결정일 것입니다.

게다가 문화의 변화는 그들의 역할 변화를 요구할 것이고, 그들은 변화된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는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자신들이 가진 지식 범위에서도 지시할 수 있는 문화였다면, 변화하는 문화는 좀 더 고수준의 기술을 이해하고 의사 결정하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결국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이며, 의지가 부족한 이유는 그들이 가진 역량 부족으로 인해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있는 변화는 새로운 기술의 활용을 뛰어넘어서 이를 분석하고 기업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내부 임직원 모두가 가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크고 작은 변화가 자주 필요할 것이고, 변화가 기업과 개인에게 불러올 불안정함을 견뎌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변화 후에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고된 과정이 되겠지만 이제는 기사를 통해서 홍보되는 변화가 아닌, 내부 직원들이 인정하는 변화를 하는 기업을 만나고 싶어 집니다.



글 작성 후 관련된 기사를 하나 더 보게 돼서 첨부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신기술을 핵심 업무에는 적용시키지 않는 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단발성으로 인식하는 점 그리고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낼 능력이 없다는 점과 성공 기준의 KPI에 집중하느라 실패를 두려워하는 부분 들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도 관련 기사입니다.

아래 기사에서는 기업내에서 IT리더의 영향력을 좀 더 강조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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