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액션!

마음껏 뛰어 놀아도 괜찮아

by 밤돌

나는 프로다. 수십명이 들어찬 교실에서도 절대 이성을 잃지 않는다. 그런데 아들 앞에선 그 모든 경력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날이 그랬다.


아기 의자에 앉은 아들과 식탁의자에 앉은 나.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같은 저녁식사였다. 하지만 난 육아가 너무 힘겨웠고, 아들은 평소처럼 밥을 먹을 마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들은 숟가락을 지나치게 함부로 휘둘렀고 이유식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평소처럼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괜히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안돼-.”

“그만해.”


아들이 멈춘 건 손놀림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울음이 터졌다. 안돼, 그 짧은 말 하나가 저렇게 큰 슬픔을 만들어내다니. 아들을 달래고 난 뒤에야 내가 너무한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고작 1년 정도 산 아기를 데리고 이병 굴리듯 지시를 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밥을 다 먹고 나서는 그냥 내버려 뒀다. 나도 그냥 같이 놀았다.


"그래 그것도 돼. 이것도 하자. 다 돼."


아기가 자라면서 안 되는 일은 너무 많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안돼’였다. 문득 ‘돼’라고 말할 수 있게 키우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변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식당 테이블에 까는 얇은 비닐을 대량 구매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위험한 것을 다 없애고, 버릴 수 없는 것은 스펀지를 붙이고 잠금 장치를 달았다. 집의 모든 장소를 둘러보고 체크했다. 우리집 모든 곳이 아들이 뒹굴고 노는 장소가 되었다.


집 밖에서도 아들을 위한 상황을 연출했다. sns 맛집 대신 놀이방이 있는 음식점, 카페 대신 편의점 커피를 들고 넓은 잔디밭으로 향했다. 기분 좋게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들은 마음껏 달리고 행복하게 웃었다.


예전보다 머리는 복잡하고 몸이 피곤했지만, 아들의 긴장한 얼굴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졌다. 푸줏간 옆에서 학자가 되길 바라지 말라는 맹자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바람직한 부모란 세상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도 괜찮은 곳이란 걸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새벽을 알리는 택배기사가 다녀갔다. 아들의 새로운 장난감을 뜯고 깨끗이 닦는다. 그리고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고민해본다. 여기가 딱 좋아. 아침에 먹을 과일을 준비하는데 아들이 일어난다. 아직 말도 서툰 아이지만, 행복한 아들을 연기할 자질은 충분하다. 마음껏 웃고 탐색할 무대는 준비되었다. 침실 문을 열고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다.


자,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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