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리빙 위드 유어 셀프(2019)
삶이 무료하고 지긋지긋한 중년 마일스 엘리엇(폴 러드). 지친 그에게 회사 동료가 어떤 스파를 영업한다. 여길 다녀오면 더 나은 네가 될 수 있을 거라면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찾아가긴 했는데 입구부터 직원들까지 수상하지 않은 게 없다.-발음이 어눌한 한국인 직원인데 자막 처리도 좀 이상하다. 하지만 이게 다 뜻이 있는 설정임-
마일스는 5만 달러라는 높은 비용을 포함해 모든 것이 뭔가 영 꺼림칙하지만 일단 누워서 시술인지 뭔지 모를 것이 끝나길 기다린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더니 여긴 스파가 아닌 시커먼 땅 속. 스파에 갔는데 생매장을 당하다니..!
패닉 상태로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더니 더 심한 기절초풍 시추에이션이 펼쳐진다. 집에 이미 마일스가 있다. 그것도 말끔히 더 나은 버전의 마일스가. 심지어 BETTER 버전의 마일스는 껍데기뿐만 아니라 마일스의 모든 기억까지 완벽하게 갖고 있다.
마일스는 둘인데 마일스의 인생은 하나인 상황. 두 명의 마일스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되짚기 위해 이 모든 일의 근원지인 스파로 향하고, 거기서 피로 해소 서비스가 아닌 인간 복제를 해준 걸 알게 된다. 삶에 찌든 마일스가 5만 달러로 얻은 건 자신의 클론이었던 셈.
이 모든 것이 드라마 1, 2회 정도에 벌어진 일. ‘리빙 위드 유어셀프’는 빠른 템포로 내 인생은 하나인데 나는 둘이 된 상황들을 펼쳐놓고 또 수습한다. 에피소드 당 시간은 짧은데 한 에피는 마일스 위주, 다음은 마일스 클론 위주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구성이라 분량은 동등한 편.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연출이 ‘미스 리틀 선샤인’ 감독이라 반가웠다. 작품 자체는 쏘쏘인 것 같은데 폴 러드의 1인 2역 활약은 좋았다. 각기 다른 마일스가 폴 러드스러운 게 귀여우면서도 웃프다.
나보다 잘난 나는 회사에 보내고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려는 이기적인 생각. 이걸 바람이라고 하기에도 뭣하지만 아내가 다른 나와 바람피우는 걸 보고 피꺼솟 되는 심정. 잘난 나에게 내 커리어도, 아내도, 인생을 뺏길까 봐 경계하고 초조해하고 질투하는 마음까지. 껍데기는 같은데 너무 다른 마일스를 표현하는 디테일과 감정 연기가 원맨쇼 그 자체였다.
‘앤트맨’이 아닌 폴 러드가 궁금하다면 추천. 이 아저씨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