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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Mar 13. 2024

설거지

봉사

밤 아홉 시에 들어와

라면 먹고 설거지를 잔뜩 쌓아놨다

자정 오 분 전 발견하고

찜찜하고 분한 마음에 뒤척이다

일어나 기어코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마치고

화장실 다녀오니

정각하고 십삼 분이 지나 있었다.

홧김에 한 일인데

마치고 보니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설거지 좀 해줄 수도 있지 싶다

내가 크게 뭘 하는 건 없어도

저 한 사람의 삶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유익한 일을 한 거 같아

뿌듯하다


봉사가 별 건가

부부가, 가족이

서로를 돕는 것

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도록

곁에서 소소한 필요를 채워주는 것도

우리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일상의 봉사 아닌가


어디 가서 사진 찍고 생색나는 일을 하고

인스타에 올리는 것도 봉사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내 옆에 있는

내 삶에 들어온 사람들

조용히 챙기고 돌보는 것도

내가 수행해야 할 신성한 봉사일 게다


유미정 작가. 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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