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감정을 강요받은 아이

부모의 감정을 느끼도록 강요받은 아이들의 비참한 미래

한국 사회는 공부에 목숨을 건 사회처럼 보입니다. 아이가 공부만 잘한다면 다른 모든것은 양보해도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공부만 잘하면 앞으로 풍요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 이면에는 부모들의 두려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이면에는 부모들의 두려움이 뿌리깊게 깔려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부모들의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있는 불안을 아이들에게 투영하는 과정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말하는 공부하라는 말과 부모들이 그러한 말을 자꾸 하는 내면 속의 두려움을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공부하라는 내용과 불안의 감정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가 나 잘되라고 그러냐? 너잘 되라고 이러는 거지"라고 하면서 억지 주장을 펼칩니다. 진실은 자신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기 위해서 하는 행동인데, 그 행동의 원인이 자식을 잘되게 하기위한 자신의 충언이라고 항변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몸으로는 그것이 거짓말인것을 느끼지만, 그 이면에서 돌아가고 있는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한 감정적 불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지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거짓말이긴 한데 왜 거짓말인지는 모르는 그런 애매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화가나고 짜증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자신의 몸에 남게됩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감정과 부모의 감정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부모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지 않으면 혼나거나 체벌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오랜기간동안 지속되면 자신의 감정은 억누르고 부모의 감정,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마치 자신의 것인것처럼 받아들여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는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과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무의식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해서 행동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면 부모가 즐거워한다는 식의 상황에 너무 많이 놓여있다보니 자신의 감정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게 된 것입니다. 부모들이 자녀가 공부를 못해서 화가 난다거나 수치감을 느낀다는 상황은 어찌보면 자신의 감정에 대한 책임을 자녀들에게 덮어씌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녀들의 행동을 조종해서 자신의 불안감을 줄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불안감은 자녀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이미 자신들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던 불안감이었습니다. 그 불안감이 자녀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장면을 보자 촉발되고, 그 불안한 감정의 원인이 자녀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자녀들을 닥달하는 것입니다. 즉, 불안한 감정의 원인을 자녀들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착각입니다.


저는 최근에서야 제가 남의 감정을 더 살피고 저의 감정을 돌보지 않고 살아왔음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 안에서도 아내의 감정이 나와 다르고 아이의 감정이 나와 같지 않음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아니 그것을 이제야 알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머리로 인식하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나 감정이 있고, 그러한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가 몰랐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의 유년시절은 분노에 가득찬 아버지의 감정에 영향을 받았고 그 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잊혀진 아이로 (Lost Child) 자라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그저 생존의 두려움만 해소하기 위한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에 대해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들을 통해서 이러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확인받고 인정받는 과정을 통해야만 자기만의 감정과 생각을 만들어갈수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들이 해주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고유한 감정과 생각을 갖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의 정체성도 갖게 됩니다. 그것은 하나의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나갈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가정에서 자기만의 감정과 생각을 갖고 건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건강한 어린이들이 많이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9화자녀가 무엇을 느낄지 정하는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