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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분방 Nov 15. 2019

03. 몰타, 오래된 중세도시에서 미래의 나에게

2016년 몰타

 2016년 지명조차 몰랐던 도시 '몰타'로 떠나게 되었다. 가방 속에는 삼각대는 빠질 수 없는 준비물이었다. 터키항공을 타고 이스탄불까지 약 12시간의 비행시간과 환승을 위한 대기시간, 그리고 또다시 몰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참 오랜 시간 비행기 안에 있었고,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몰타의 시각은 아침이다. 


 없는 시간을 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덕분에 늦은 밤 출국을 하여, 시차를 이용한 아침 스케줄을 시작하는 항공편이 꽤나 체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몰타는 작은 섬나라로 수도인 '발레타'로 모든 것들이 모여든다. 몰타의 대부분의 버스는 발레타를 경유하기 때문에 숙소가 근처라면, 버스를 잘못 탔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이 사진을 찍던 날 밤의 일이 떠오른다. 버스를 잘못 타도 괜찮다고는 이야기했지만, 어느 나라가 그렇듯이 버스가 끊기는 시각이 있다. 임디나를 여행하고 버스를 반대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는 떠밀려갔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참을 멍 때리다가 안 되는 영어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막차를 타고 다시 발레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 발레타에서는 막차가 끊기지 않았고, 여전히 거리의 풍경들은 분주하고, 또 화려했다. 


 오래된 중세의 도시가 이토록 화려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어느 정도 여유도 되찾았고, 삼각대를 가방에서 꺼내서 아경을 촬영하기로 했다. 여러 야경 포인트에서 사진들을 담아보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발레타의 거리 한복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야경 촬영의 장노출 속에 사람들의 잔상만이 남게 되었고, 분주한 느낌과 더불어 도시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항상 이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하곤 한다. "과연 내가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은 나는 다시 또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을 때, '몰타'라는 도시로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 속에 그토록 열심히 사진을 담아냈던 것 같다. 오래된 추억 속 발레타의 야경사진 한 장을 다시 들춰보니, 나는 언젠가 다시 몰타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왔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나이지만, 다시 몰타를 찾게 되면, 내가 이미 갔었던 장소들을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몇 년 전 보았던 장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거리를 여행하고 있을지 그저 궁금하기 때문이다. 또한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내 머릿속 옛 추억들과 지금의 나의 머릿속 이야기들이 이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대화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매력적인 여행 방법이 될 것 같다. 


 이 사진 한 장의 의미는 몰타라는 중세도시를 여행한 어제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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