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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15. 2022

사랑

취향을 묻었다. 그런데도 새어 나오는 취향이 있다. 서서히 입을 다무는 건 일갈을 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취향은 맞추는 게 아니다. 쌓여가는 것이 취향이다. 서로 묻고 들으며 타일 시공을 하듯 천천히 만들어 가는 것. 그 사람과 쌓아가던 취향과 패턴이 있었다. 아무런 말하지 않아도 뭘 하려는 지 아는 것. 그런 종류의 따뜻한 사랑. 아픈 사랑의 추한 모습을 기록하는 건 이 또한 나를 사랑하려는 방법의 하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취향을 묻지 않겠다. 떠오르는 생각도 사랑도 마음이 뻗는 곳으로 걸어보겠다. 나의 결핍은 언젠가 또 얼굴을 내밀겠지만, 그런 상황 또한 마음을 주며 잘 다독여보겠다. 나를 유지한 채로 마음을 채워갈 것이다.


사람은 ‘다르다’는 전제로 살아왔던 터라 ‘같다’는 걸 느껴도 함부로 이입할 수 없었다. 존중은 필수고 본인의 존중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하니까. 그렇지만 사랑은 사람을 크게 변화시킨다. 이 오랜 틀을 깨부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같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고 ‘다름’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던 것도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 그 기술적 결함이 많은 기구에서 하차할 때가 되었다. 많은 걸 배웠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삶을 살다가 사랑을 느껴서 서로 만나는 것은 진심 어린 축복이 필요하다. 그 어떤 사랑도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 꼭 특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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