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길치다. 방향 감각이 제로다. 내 두발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어디든 길을 알려줄 핸드폰이 있어도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길에 매번 반대로 가기 일쑤다.
운전을 배우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운전면허를 따기 전까지는 지난 생각이 오만했음을 몰랐다. 운전면허도 도로주행에서 다섯 번이나 떨어졌다. 누구는 한 번에 붙는다지만 길치에, 겁쟁이가 운전면허를 한 번에 통과할리 없었다. 떨어지는 법도 다양했다. 한 번은 핸들 조작이 미숙했고, 또 한 번은 다른 길로 갔고, 다른 한 번은 아는 길도 신호를 보지 못했다.
여러 이유로 실격 당해 운전석에서 내려 보조석으로 옮겨 탔다. 대체 몇 번째인지 처량했다. 도로에는 수많은 차가 다녔고, 그 차들은 누가 봐도 초보자인 학원용 노란색 차를 봐주지 않았다. 제 갈길을 저마다의 속도로 달리는데, 그 옆에서 마주 잡은 핸들에 손이 떨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엑셀에 올려놓은 발마저 불안했다.
멋있게 차려입고 경치를 감상하며 도로 위를 달리고 싶은 욕망은 헛된 꿈인 걸까. 반복되는 실패에 자신감을 잃어갔다. 운전면허를 따 놓으면 지금은 헛된 꿈이라도 언젠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계속 문을 두드렸다.
몇 번 떨어지다 보니 이제는 길도 익숙해졌다. 옆 차선에 치고 나가는 차쯤은 무시해버리는 배짱이 생겼다. 이번에는 붙어야지 라는 생각에 손바닥에 땀이 나도 앞만 보고 달렸다. 다행스럽게 붙었지만 경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밀린 숙제를 해치운 날처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심정이었다.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도 목표를 이뤄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운전면허를 어렵게 딴 순간부터 어떤 어려운 일도 최소 다섯 번은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난 운이 안 좋아 뭐든 한 번에 된 적이 거의 없었다. 대학도 한 번에 가지 못했다. 배운 걸 한 번에 습득하기 어려웠고, 한 번에 마음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한 번에 되지 못한 시간들은 더 나를 훈련시켰다. 다음 도전은 새로운 시도로 향했고, 반복된 도전은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모든 걸 한 번에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는 아니기에 스스로에게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원하는 건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