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란 말이 없어도

by 미래

'안녕하세요'

친근하게 다가가는 말이기도 하지만 낯선 이를 만날 때 어색하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때론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주로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하는 어른을 만났을 때나 조금은 낯선 친구를 만났을 때 안녕이란 인사를 건네곤 한다. 속을 다 드러낼 정도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굳이 안녕이란 인사말이 의미 없다.

안녕이란 말 대신 무작정 만났어도 뭐 먹을래? 혹은 어디 갈까? 란 말들이 서로의 안부를 대신한다. 안녕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이 있다. 중. 고등학생 때부터 봐오며 이제는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친구들이다. 물론 안녕이란 말이 필요 없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철없을 시절, 여러모로 미성숙했을 때부터 마음이 꼭 맞는 친구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같은 동네에서 살며 같은 학교를 다니던 학생 때 친구들은 오래 볼수록 서로를 더 잘 알아갔다. 그들의 성격, 취향, 개성까지 모두.

우리 넷은 유독 잘 어울렸고 쉽게 친해졌다. 같은 반에서 만났고 사는 동네도 가까웠고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살기도 했었고 접점도 많았다. 금세 친해진 우리는 십 년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의 속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고등학생 땐 매일 같이 붙어 있었지만 졸업을 하고 대학을 가며 각자 바쁜 삶을 살았다. 매일 만나지는 못해도 서로를 보고파했고 매번 연락하지 못해도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늘 오랜만에 만나도 우리는 한 번도 안녕이라는 말을 해본 적 없다. 안녕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만나지 못한 시간만큼 서로가 만날 시간을 기다렸음을 눈빛으로 읽었고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곧장 메뉴를 정했고 음식점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했다. 만나지 않았던 길고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일상은 이해했고 받아들였다. 바쁠 땐 연락이 뜸했기 때문에 그동안 못다 한 얘기들을 만나는 날에 풀었다.


안녕이란 말이 없어도 마음이 통하는, 속마음 가감 없이 얘기해도 괜찮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편하다. 내게 친구란 안녕이란 말 보다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사이다. 때론 남자 친구처럼 의지하기도 하고, 때론 부모처럼 걱정해주기도 하며 못다 한 비밀 이야기도 툭 터넣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친구다.


몇 개월 동안 서로 연락이 안 된 적도, 안 한적도 있었다. 서로 SNS 활동을 그다지 눈에 띄게 하는 편이 아니어서 웬만해선 서로의 일상을 알기 어려웠다. 매일같이 학교에서 보던 때와 다르게 메신저, 문자, 전화로도 연락할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혹시 무슨 일이 있느냐'며 걱정을 하기도 했고 끝없는 연락으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아무 탈 없이 잘 있기를 바라면서.


만남의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느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오랜만에 만나도 늘 반갑고, 서로의 성격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들은 '안녕'보다는 '조심히 가' 혹은 '담에 봐'에 진한 우정이 담겨 있다. 아무 탈 없이 지내다 아무 탈 없이 만나자.


''안녕'' 安寧: 아무 탈 없이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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