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찍는 사람의 시선이다. 그 프레임 속에는 찍는 사람의 감정이 담긴다. 상대방이 찍어진 사진을 보면 찍는 사람이 카메라를 통해 보는 나를 어떻게 담아내려고 했는지가 느껴진다. 굳이 예쁜 사진이 아니어도, 카메라 구도가 완벽하지 않아도 나를 어떻가 바라봤는지가 보인다. 그래서 대충 찍어도 따뜻한 사진을 좋아한다. 나를 잘 담아내려고 노력해 찍은 사진을 좋아한다.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 행복했던 순간들은 사진으로 남기길 좋아한다. 예쁘게 차려입은 날에는 셀프 카메라를 즐기긴 하지만 사진 찍히는 건 좋아하지는 않는다. 카메라 앞에 서면 늘 어색해서 이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손은 또 어디에 둬야 할지 막막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막상 찍힌 사진은 마음에 안 든다.
작정하고 찍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sns 업로드 용으로 보여주려고 찍은 사진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가 골똘히 보고 있는 모습, 밥 먹고 있는 모습, 눈꺼풀이 무거워져 졸려하는 모습 등 날 것의 내 모습을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담아내는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다.
엄마 말로는 어릴 때는 내가 참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고 했다. 카메라만 들이밀면 포즈도 척척 취하고, 웃기도 잘 웃고 표정도 다양했다고 했다. 어릴 적 내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해맑은 내 모습들이 정말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전과 다르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됐다. 찍힌 사진을 보면 내 단점이 부각됐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내 단점을 내 눈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 단점을 솔직히 짚어주는 사람들 덕에 카메라 앞에 서기가 두려워졌다. ' 좀 예쁘게 웃어봐' '이런 식으로 자세를 취해 봐' 하는 식의 말들은 날 더 카메라 앞에 서기를 멀어지게 했다.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욕심만으로는 예쁜 표정과 멋진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없었다. 어쩌면 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 모니터링하고 디렉팅 하는 일을 공부해 왔고, 그런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뭐 사진빨 좀 안 받으면 어때'하고 대충 넘길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바로 프로필 사진 찍기였다. 그동안은 배우, 배우 지망생들의 프로필을 봐 오긴 했지만 특히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프로필을 찍곤 했다. 어딘가에 제출할 것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었지만 내 개인 프로필 사진을 소장하고 싶었다. '사진을 찍으려면 살도 좀 빼야겠지' '사진 찍을 돈은 좀 있어야겠지'라는 생각들로 버킷리스트를 미뤘던 일었다.
우연히 같은 활동을 하며 알게 된 한 언니가 사진을 꽤 잘 찍는 언니였다. 그 언니에게 필름 스냅사진을 먼저 찍어보기로 했고 카메라 앞에 섰다. 원래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사진 찍는 걸 더 못했는데, 그리 오래 보지 않은 언니와도 어색하지 않게 잘 찍었다.
온전히 나만을 담아낸 사진이 처음이라 더 애정이 갔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했지만 그래도 나를 잘 담아내려 애쓰는 사람을 보니 포즈도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일주일 넘게 기다린 사진을 받았다. 필름 사진에서 느껴지는 색감이 좋았고, 사진을 통해 나를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여전히 미운 곳들은 보였지만 사진 속 나는 여전히 예뻐 보였다. 사진 찍던 그 날이 겹쳐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진에 대한 두려움도 사그라들었다.
그 후 나는 내 단점마저 사랑하기로 했다. 그것마저 모두 '나' 이니까.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사랑할 줄 알아야 진짜 날 사랑하는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으니까, 단점마저 안아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