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될수록 넘어지는 게 무섭지만

by 미래

십 년은 더 넘은 것 같았다. 동생이 중고 거래에서 아주 착한 가격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매했다. 초등학생 때인가 들어보고 최근 까지야 들어본 적 없는 그 단어가 꽤 친숙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 타던 그 인라인스케이트가 반갑기도 했고, 힘들거나 위험한 줄도 모르고 신나게 탔던 지난 어린 시절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라서였다.


집 앞 공원에 나가 운동 겸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로 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으려 하니 동그란 바퀴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고, 앞으로 굴러가는 바퀴 때문에 중심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엄마를 붙잡고, 동생 손에 의지해 간신히 스케이트를 신고 나서야 왠지 모를 두려움이 앞섰다. 분명 어릴 땐 겁도 없이 잘만 탔는데.


바닥에 스케이트를 한 번 쓱 미니 잘도 나갔다. 너무 오랜만에 타는 스케이트라 감이 안 잡혀 약간 비틀대어 허리를 숙이고 중심을 낮췄다. 중심을 낮추고 다리를 한 발씩 밀기 시작하니 쉽게 나갈 수 있었다. 트랙을 한 바퀴 정도 돌고 나니 십여 년 전 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몸으로 배운 건 안 까먹는 다더니 금세 스케이트에 적응하고 즐길 수 있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도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름 운동신경이 있던 터라 금방 터득했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던 건 십여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몸집이 작을 때는 스케이트 위에 올라타도 땅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키도 크고 스케이트를 타고 보니 땅에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바닥이 닫는 지면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려움은 더 커졌다. 그때보다 세상의 무서움을 더 알았는데도 넘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어린 날에도 타면서 넘어진 적은 많았어도 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넘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타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더 거칠게 스케이트를 즐겼다. 나이가 들수록 넘어지는 게 더 두려워서일까. 어릴 때보다 위험한 존재가 무엇인지 아는 개수는 많아졌지만, 개수가 많은 만큼 두려움의 크기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름대로 수 없이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었고, 많이 넘어져 봤다 생각했는데 또 넘어질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앞선 던 것이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서 스피드 스케이트 이상화 선수, 피겨 스케이트 김연아 선수를 얼핏 따라 하면서 그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넘어질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점프를 하고, 비틀거리지만 중심을 잡으며 코너를 돌기 위해 자신과 얼마나 싸웠는지 알게 했다.


두려움은 스스로 극복해야 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면서도 두려움은 있었지만, 막상 즐기기 시작하니 또 재밌었다. 괜히 묘기를 한 번 보이겠다며 회전을 돌고, 스케이트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맡겼다. 그 자체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괜한 두려움과 걱정은 잠시 멀리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타면서 깨달은 건 굳이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지 말자였다. 사실 넘어져 보면 별 일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넘어질까 봐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움이 앞선다면 그냥 부딪혀보자는 거다. '넘어지며 뭐 어때. 하고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우리는 넘어질수록 더 성장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걸음마를 떼기 위해 수 없이 많이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한다고 한다. 한 번 넘어진 아기가 두 번 다시 일어서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걷지 못했을 것이다. 넘어지면 잠시 엉덩방아를 찢고 아프기도 하지만, 스스로 일어서 두 발로 걸어야만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넘어져도 또 일어난다.


넘어져도 보고, 다치고 깨져도 봐야 더 잘 알 수 있는 거니까. 겁이 난다고 굳이 넘어지는 걸 피하진 말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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