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들이 많아질 때 외롭다

사랑이 조금 낯설다

by 미래

연애해?

아니..


평범한 안부처럼 건네는 말이었지만 때론 선뜻 답을 내기엔 조금 어려웠다. 어설프게 괜찮은 척 하기에도 소개팅을 구걸하기에도 썩 괜찮지 않았다. 원래 인터뷰어보단 인터뷰이가 적절하게 반응하기 어렵다.


우리는 만나면 서로의 연애 사정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순간 멈칫했지만 생각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애를 꽤 오래 쉬었다. 누가 깊은 관심을 보내는 것 같으면 진작 선을 그었고 소개팅 자리도 정중히 사양했다. 진한 애정을 보이는 사람이 최근까지 없기도 했지만 좀체 마음에 여유를 두지 않는 내 탓도 컸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프다거나 외롭지 않았다. (연애를 안 하면) 힘들지 않으냐 물어봤지만 글쎄. 힘들지 않았다. 연애를 안 하는 게 왜 힘들 일인가 고민하다 순간 멈칫했다.

외롭지 않으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봤다면 가끔은.이라고 답했겠지만, 솔로라고 해서 힘든 건 없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말이다.) 연애할 때 오히려 더 힘들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난 지금이 편하고 좋았다. 혼자서도 잘 살만 했다. 쓸데없는 감정 소비는 사치스러웠고 감정 기복은 괜히 시간만 아까웠다. 공부하는 데 시간이 길어져 혼자 지낸 것이 익숙해진 것에 안타깝긴 했지만 그렇다고 힘들 건 없었다. 워낙 혼자 먹고 살기에도 버거운 인생이니까.




우리는 늘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어야 덜 외롭고 덜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로운 건 상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내 마음에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고 있어도 내 마음이 불안하고 온전치 않으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


누군가와 이별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사랑했던 주체를 그가 아니라 나에게로 돌리는 일이었다. 그 어떤 모진 말에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였고, 더 쓸데없는 남은 감정을 붙잡기엔 인생이 너무 짧기에 나를 더 응원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내 외로움이, 혹은 힘듦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혼자라도 나는 꽤 괜찮았다. 충분히 혼자서도 무언가를 잘 해냈기 때문에.


졸업 전 취직에 성공한 한 친구가 '결혼'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10년 이상 봐 온 친구들이랑 결혼 얘기를 하다니 모두가 생경했다. 만나면 여전히 예전 그대로 인 우리가 벌써 결혼에 가까워진 나이가 된 것이었다. 4년 정도 만나온 친구 커플이 별일 없으면 서른 전엔, 아마도 몇 년 후엔 결혼을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같은 회사에 취직에 이미 사내 커플인 친구는 결혼을 생각 중이지만 내게 결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낯설게 느끼던 것들이 더 이상 낯선 것들이 아니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곧 내 이야기가 될 만큼 일상에 가까이 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열풍이 불고 있으며 2030 청년 세대들이 개미투자자가 되어 주식을 공부하고, 실제 주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 친구들도 펀드나 주식에 관심을 갖고 하고 있다. 그에 비해 난 지금 당장 통장에 찍히는 돈도 없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에 흔들릴 정신도 없다. 주가만큼 내 기분도 왔다 갔다 하는데 누굴 보듬어 줄 침착함도 없다. 그저 내 하루를, 시간을 온전히 사랑할 일밖에 없다.


혼자인 것이 외롭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만 낯선 것들이 많아질 땐 외로웠다. 세상의 기준대로 살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시류에 휘청일 때면 나 역시 제도권 안에 사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보채 봐도 달라지는 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나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을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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