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꼭 보여주지 않아도
SNS는 소통의 창구이면서 때론 소통이 어려운 공간이기도 했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유대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과도 편하게 연락할 수도 있었다. SNS가 너무 사소한 부분까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와 이별을 했는지, 누가 어디서 일을 하는지 등을 너무 쉽게 알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차단한 전 애인들도 서슴없이 연락이 닿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또 그들의 지인들 모습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SNS의 이중성 혹은 양면성 때문인지 요즘은 sns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별히 여행을 간 다거나 (업로드용 사진을 좋아하진 않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갈 일이 없어서다. 밖으로 외출 해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일도 줄어 화장을 할 일도 예쁜 옷을 살 일도 없다. 셀카도 찍을 일 없으니 SNS에 올릴 사진이 더 없다. 나름 소통의 창구였던 내 SNS는 작년 4월 연극을 보기 전 찍었던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멈춰있다.
처음에 인스타 스토리 기능이 생기고 나서 그리 반갑지 않았다. 그동안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는 기준은 사진 한 컷 한 컷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면 되고 나서부터 그런 사소한 일상들은 24시간이 지나면 증발될 순간으로 남겨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새 기능이 생기고 많은 지인들이 스토리에 한창 업로드를 할 때도 나는 꿋꿋이 피드에 정갈하게 사진을 올렸었다.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핸드폰을 켜 제일 먼저 누르게 되는 게 인스타그램이었다. 길게 늘어져 있는 인스타 스토리를 넘겨 보는 게 엄지 손가락으로 한 없이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었다. (스토리 마저 하이라이트로 저장할 순 있지만) 서로의 일상과 감정을 가벼이 훑어보는 게 익숙해졌다. 나 역시 별 일 아닌 일들도, 굳이 공유하지 않아도 될 일을 올리는 일에 쉬웠다.
그들의 행복이 내 행복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제는 SNS마저 귀찮다.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내 일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에도 흥미가 없다. SNS 속 행복은 내 행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적어도 내게 어떤 특별한 행복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괜한 비교 대상으로 삼아 상대적 박탈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힌다.
누군가는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도 하는데, SNS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낭비로 치부하기엔 정보를 공유하고, 좀 더 쉬운 방식으로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으로써 유용한 점도 많다.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 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낭비가 맞을 테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소통망 역할으로써 적절하다고 본다. 오히려 시간적 낭비라기보다 감정적 낭비라고 생각한다. 단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굳이 소비하지 않아 될 감정을 쓰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기 때문이다.
SNS에서 보이는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과 달랐다. 그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했고 걱정이 더 많았다. 내 하루에서 몇 분 혹은 몇 시간 중 내가 본 한 두장의 사진으로 내 감정을 좌지우지하기엔 신경 쓸 게 많았고 그런 걸 보며 마음을 다 잡기엔 마음이 여렸다. 이런 고민들까지 SNS에 올리는 건 어울리지 않았다. 하루 24시간 정해진 하루를 화려하게 보내야만 특별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하루는 일 년 중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고작 손가락을 접을 며칠 때문에 남은 몇 백일을 허투루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친구의 SNS를 보다 태그가 되어 있는 곳을 파도타기처럼 타고 들어가서 봤다. 넘어서는 안 될 강을 넘었고 보지 말아서야 했다. 학교에서 아는 선배와 지인들이 모여 그들만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한 때 같은 꿈을 꿨고 내 꿈이기도 했었다. 그들은 열심히 자기만의 굴렁쇠를 굴리고 있는데, 나는 나랑 맞지 않은 굴렁쇠를 가지고 제자리에 멈춰있는 듯했다. 각자의 길을 응원하지만 입맛에 맛지 않은 음식이 배를 부르게 한 것처럼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들과 나는 각자에게 맞는, 서로 다른 굴렁쇠를 굴리고 있는 거라 믿고 있다. 그래도 언제가 그 사진 속 그들처럼 자신만의 '현장'에 있길 바랐다. 책 속에서만 보고 글로써 이해하는 꿈만 같은 일이 아니라 꿈꿔 오던 일을 실제 내가 할 수 있는 '현장'이길 원했다. 책을 보고 머리로만 아는 일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될 진 몰라도, 내가 꿈꾸던 곳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SNS가 귀찮아서 첫눈이 오던 날, 하늘이 맑고 깨끗해 덩달아 내 기분마저 좋던 날, 뜻하지 않게 맛집을 발견하는 날, 감사한 선물을 받은 날 모두 올리고 싶은 사진들은 꽤 많았지만 수십 번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SNS를 지우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동아줄을 잡듯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듯했다. 굳이 내 일상의 일부분과 특별한 어느 한순간을 올리지 않아도, 힘들면 조금 멈춰 가고 귀찮으면 조금 쉬다 가며 내 방식대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내가 평범하면 특별한 하루가 좋고, 내가 특별하면 평범한 하루가 좋다는 말이 있다.
여전히 평범한 하루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평범함 속에 사는 특별한 내가 좋다.
생일이면 연락 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응원하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기에
평범한 오늘도, 내일도 잘 살아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