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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l 01. 2021

잔치국수, 매번 잔칫날이었으면

잔치국수는 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던 별식이다. 마을 잔치나 결혼식처럼 모두가 어울려 기쁜 일을 나눌 때 주로 잔치국수가 함께했다. 요즘은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나 많고, 심지어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도 많다. 지금은 평범하고 소박한 음식이 되어버린 음식이지만,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던 잔치국수를 먹을 때면 매일이 잔치 같았으면. 매일이 기쁜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첫 대화는 항상 ''재밌는 얘기 없어?"였다. 오랜만에 만나도 할 얘기는 언제나 넘쳤는데, 재밌는 얘기 없냐는 말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재밌는 얘기는 대부분 만나지 못하는 동안 있었던 일들, 아니면 가십들이었다. 연애 얘기도 빠지지 않았고, 개인적인 고민들도 포함됐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날을 찾기 쉽지 않았다. 억지로 특별한 날을 만들지 않는 한 매번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었다. 학생인 나도, 직장인이 된 친구들도 비슷했다. 각자의 일상 속에선 재밌는 얘기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다 또 자연스레 대화는 이어졌다.


고등학생 땐 별 거 아닌 일이도 재밌는 얘기들이 않았고 모이면 매번 그날이 잔칫날처럼 웃었다. 이제는 날이 갈수록 그런 날은 줄어들었고 고민과 걱정들만 늘어갔다.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던 잔치국수를 이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어서, 내 평범한 하루가 소중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잔칫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잔치국수가 요즘 들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어떻게 매일이 잔칫날일 수 있을까. 어떤 하루는 괜히 우울하고, 또 어떤 하루는 힘에 부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춘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주변 풍경을 놓치고 빨리만 가는 건 기억에 남는 일은 될 수 없으니까. 가끔은 일상의 쉼표를 찍으며 꽃 내음도 맡고, 푸르른 나무들도 보고, 새파란 하늘도 올려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두가 평안한 하루를 마무리했는지, 긴 밤 동안 안 좋은 소식은 없는지를 들여다본다.


그러고 며칠 후가 되면 의욕이 생겼다. 매일이 재미있는 날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면 하루 중 몇 번은 크게 웃을 일이 있기도 했다. 굳이 잔칫날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과 한 끼를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살을 부대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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