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지하철을 반대로 탔어.
너에게 가는 길도 아니었는데,
네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내 마음 따라, 발길 따라온 곳
정신 차려보니 네가 있는 곳이더라
타고난 길치라 오가던 길을 잘 잃는데도
너에게 가는 길만은 잊어버리지도 않았나 봐
너한테 가는 길은 오직 한 길만 알아서
그때만큼은 내게 길치란 없는 말이었어.
이젠 지하철을 반대로 타야만
겨우 네가 있는 곳 근처를 올 수 있게 됐어
그날 지하철을 반대로 타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널 떠올리지 않았다면
그곳으로 가지 않았을 텐데
그럼 다시 또 잊었던 너 생각에 마음 아파하지 않았을 텐데
하필 왜 여기까지 왔을까
미친 척 근처를 돌아볼까
혹시 너는 알고 있는지
네 생각하다 여기까지 온 나를
네 생각에 내가 나를 또 아프게 한다는 걸
그러다 나는 또 네가 보고 싶어지는 마음을.
어두워진 밤 네가 있는 곳만 반짝이는데,
나는 모른 척 지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