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도 중요하지만 배드민턴을 더 재밌게 잘 치기 위해서는 게임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게임 레슨’이라고도 하는데, 실력자들과 같이 게임을 치면서 레슨처럼 배운다는 의미다. 잘 치는 사람들이랑 공을 주고받으며 좀 더 빠른 공도 받아보고, 받기 어려운 코스도 받아보려고 하면서 배드민턴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게임 레슨’처럼 잘하는 사람들의 어려운 공을 받아보는 것만큼 배드민턴 실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건 없다고들 한다.
배드민턴은 대게 4명이 한 팀으로 복식경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같이 게임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그래야 적당히 랠리도 하면서 서로 재밌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는 잘 치는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급수와 실력이 아니지만, 잘 치는 사람들은 조금 더 못 치는 사람들을 맞춰주며 게임을 진행한다. 조금의 배려는 있지만 그래도 잘하는 사람들과의 경기는 못하는 사람일수록 더 긴장감 넘치고, 그런 만큼 재미도 배가 된다.
운이 좋게도 아직 초심자인 나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잘 치는 언니 오빠들과 많이 친한 편이다. 그 덕에 언니 오빠들이 나를 가르쳐 주기 위해 한 두 번 같이 게임을 쳐주며 알려주곤 한다. 각자의 시간을 내어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 친목을 다지는 것도 있지만, 제1의 목표는 자신의 운동이다. 그래서 같이 게임을 쳐 주는 그 시간이, 쳐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시간을 내어 운동 온 만큼 본인들의 운동 시간을 내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세 시간, 우리에게 각자 주어진 시간은 균형적으로 똑같지만, 실력 밸런스가 맞지 않아도 날 위해 써주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적인 일인지 배드민턴을 치면 칠수록 알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에게 감동하는 일은 돈과 마음을 쓰는 일을 넘어서 시간을 쓰는 일인 것 같다. 시간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서, 또 한 번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기에 더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미 써버린 돈은 다시 벌면 되고, 돌려받지 못한 마음이라도 경험의 양분으로 쓰면 되지만, 흘러간 시간을 되돌리기엔 모두 금방 과거가 된다. 서로의 시간을 쪼개 내어 지금 우리가 서로를 위해 쓴다는 것만큼 다정하고 애틋한 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같이 흘린 땀방울은 우리의 추억이 되고, 함께 뛴 시간은 우리의 관계가 돈독하게 한다. 10-15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서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을 쓰고, 같은 공을 보고 에너지를 쏟으며 웃고 또 웃는다. 그 작은 배드민턴 코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리들만의 이야기. 땀 흘린 만큼 친분이 쌓이고, 배움을 얻는다. 같이 어우러지는 기쁨을, 함께하는 보람을, 더 잘하고 싶은 열정을, 운동에 대한 애정을. 들인 시간만큼 익어가는 건 사람이든 실력이든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