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즐겁게 직장 생활하기를 바라는 미래세대
미래세대는 그런 것을 견뎌내지 못한다. 늘 온라인에 접속해서 생활하는 그들에게 재미는 하나의 삶의 요소이다. 온라인의 재미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진지하고 엄숙함은 참기 힘든 요소가 된다. 불합리한 요소들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일에 흥미를 잃게 되고 업무에 대한 불만이 생겨나며 자신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인쿠르트와 알바콜이 2020년 12월에 직장인 18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직 사유에서 가장 많은 답은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15.8%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직장을 떠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답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소위 말하는 ‘꼰대’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인은 앞서도 다루었듯 적은 연봉과 미흡한 복리후생이다. 두 번째가 바로 업무 불만족으로 15.6%를 차지한다. 놀랍게도 7.0%가 사내정치의 혐오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어쩌면 어느 시대나 어느 기업에나 만족하지 못하고 떠나는 신입사원들은 늘 있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고 그 달라진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미래세대라는 측면에서 그들이 직장을 떠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건 어쩌면 미래의 경쟁에서 밀려나도 상관 않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미래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장에서 젊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구세대들이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서 잘 될 리 없다.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미래세대의 욕구를 ‘회사가 놀이터야?’라고 말살해버리면 그 순간 게임은 끝난다.
미래세대라고 해서 회사를 놀이터로 여기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이 든 세대는 미래세대를 철없는 사람으로 바라보지만 그들은 결코 철이 없는 게 아니다. 그들도 일을 할 때는 진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결과물은 진중하게 만들어내되 그 과정만큼이라도 즐겁길 바랄 뿐이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단지 윗사람이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군대 생활을 돌아보면 잘 알 것이다. 군대 생활을 즐겁게 한 사람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어느 온라인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팀장이 디제잉이 취미라서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3시 반만 되면 디제잉을 하면서 신나는 노래를 틀어준다고 한다. 팀장이라고 해야 30대 중반이고 직원들도 모두 20대라고 하는데 팀장이 큰 소리로 노래를 틀면 모두들 일어나서 정신없이 춤을 춘다고 한다. 그렇게 15분 정도 정신없이 춤을 추고 나면 졸음은 모두 사라지고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기운이 생겨 다들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한다. 회사의 사장도 그런 분위기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한다는 의미에서 싸이키 조명을 사줬다고 한다. 비록 월급은 작고 일은 힘들어도 이런 분위기라면 그래도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근무 시간에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여기가 무슨 클럽이야?’라고 야단치는 것보다는 수백 배 효과가 크게 나타날지 모른다.
젊은 사람들은 즐거움을 바라지만 그 즐거움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회사 가기가 싫지 않고 출근하자마자 퇴근 시간이 기다려지는 곳만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들은 적어도 직장이 형식에 얽매이거나 규율, 규칙, 질서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곳이 아니길 바란다. 놀이공원처럼 즐겁지는 못해도 규정이나 절차, 프로세스, 예절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문화 때문에 힘들어하고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앞서도 애사심에 대해 말했지만 애사심이란 강요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 스스로 자신이 몸담은 직장이 즐겁게 여겨지고 만족스럽게 여겨지면 애사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떠나게 될 것이다.
직원들끼리 협의해서 여름휴가 날짜를 정하도록 한 후 여행 일정이 있는 사람은 먼저 정하라고 말해놓고도 신입사원 주제에 감히 먼저 날짜를 정했다고 불러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할 일 없으면 쓸 데 없이 자리에 앉아있지 말고 6시에 퇴근하라고 해놓고서는 그렇게 했더니 회사 생활 그따위로 하면 안 된다며 훈계를 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일을 뺏어가 일에서 손 떼라고 하고, 상사보다 겨우 1-2천 원 비싼 밥을 사비로 사 먹는데도 눈치 없다고 핀잔을 하고, 만 원짜리 볼펜 사서 쓰는 걸 보고 사치한다고 뒤돌아서 욕하는 등의 상식적이지 않은 일만 없어도 그들은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꾸며낸 것이 아니고 실제로 직장인이 한 이야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도 이런 상사가 있다면 더 이상 직장 생활에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을 듯하다. 애사심이라는 말의 화를 내던 어떤 신입사원은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내는 화의 80%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이라고 하며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회사나 상사 자신은 앞뒤가 다르게 행동하면서 정작 말을 믿고 따르면 눈치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하거나, 조언하는 척 하지만 결국 자기 말대로 따라야 편하다는 식의 말에 질렸다고 한다.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미래 세대들이 기업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시장에서도 그들은 소비를 주도할 것이다.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조직문화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숨이 막힐 수 있는 문화는 바꾸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자’라고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변화는 그간의 변화보다 훨씬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에서 과거의 옷을 미래세대에게 나누어주고 그 옷에 몸을 맞추라고 해서는 안 된다. 리더들 역시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세대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들에 맞추어 마인드를 바꿔나가야 한다. 직위와 직책을 앞세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재원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에서 그들이 가진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과거에 알았던 리더의 역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과 다른 미래세대가 직장 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리더들 스스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 내부적인 인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미래의 고객을 잃고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은 이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세대가 자유롭게 그들의 의견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그들의 실력을 발휘하고, 자유롭게 뜻을 이룰 수 있도록,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그들이 미래의 기둥이 되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시건방지게...’라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보다는 그들이 충분히 기회를 가지고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조직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려고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젊은 사람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들이 가는 방향이 올바르지 않을 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역할만 해야 한다. 그와 함께 어떻게 해야 직장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그들이 조직 내부에서 융화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기업일수록 밝은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일수록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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