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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Oct 04. 2021

공정함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세대(3)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연말 혹은 연초에 지급되는 성과급은 지금까지 경영층의 고유 의사결정 사항으로 여겨졌다. 직원들은 경영층이 결정하는 대로 받아들였다. 성과급에 불만을 가지거나 성과급이 어떻게 산출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만 신경이 쏠렸다. 같은 회사라도 실적에 따라 부문 간 성과급의 차이가 나도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2021년 설을 앞두고 SK 하이닉스가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지하자 직원들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작년과 동일한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SK 하이닉스 뿐 아니라 SK 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굴지의 기업에서 성과급에 불만을 가진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저 주는 대로 감지덕지 받아 챙기던 과거 세대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당돌한 불만에는 미래세대가 앞장서고 있는데 SK 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에서 입사 4년 차의 한 직원이 ‘성과급 산정 방식을 밝히라’며 대표와 임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더 받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투명한 성과급 기준 공개가 더 중요하다.”


“경쟁사는 성과급 지급 설명회를 가졌는데 우리 회사는 신문에 나고서야 알게 됐다.”


“임원들은 위기경영 외치면서 본인들 성과금은 최고 수준으로 챙긴다.”


“경쟁사보다 현저히 적다. 이럴 때만 ‘경쟁사와 비교하지 말자’고 한다.”


“내년에도 열심히 일하면 성과급이 오를 거라고? 그 말을 믿어야 하나?”


“임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성과급 수준을 결정한다. 성과급 계산식을 알려 달라.”



이러한 요구 사항이 한 해에만 반짝 일어나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그만큼 미래세대는 기업 내에서의 소통이나 투명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점차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는 조직 내에서의 투명성은 크게 신경 쓸 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공급업체를 선정하면서 사장이나 회장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어도 상관이 없었고, 객관적인 인사평가 결과를 뒤집고 점수가 낮은 사람이 승진 대상자로 결정되기도 했으며, 사내 경진대회에서 모두의 기대를 뒤엎고 예상치 못한 부서가 상을 받아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상을 못 받거나 승진을 못하면 그냥 윗사람에게 잘못 보였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불공정한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경영자와 리더의 투명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의 투명성은 취약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측면의 개선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직원들은 늘 리더를 바라본다. 마치 나무 위를 올라가는 원숭이처럼 경영자와 리더는 늘 직원들의 눈에 띄게 마련이다. 직원들은 경영자나 리더를 보면서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본다. 특히 자신들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큰 미래세대일수록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본다. 그러기에 만일 경영자나 리더가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게 되면 그건 직원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손안에 든 스마트폰에는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녹음기 기능이 담겨 있다. 경영자나 리더의 말과 행동은 언제 어떤 식으로 녹음되고 촬영될지 모른다. 업무지시를 내리거나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언제 녹취가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회의 시간에 하는 모든 말도 녹음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것들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을 것이다. 직원들을 폭행한 모 기업의 회장이 직원들이 촬영한 영상으로 인해 유죄를 인정받고 구속된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된 세상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순식간에 온라인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비난이 들끓게 되고 그러한 평가는 돌고 돌아 회사로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전부터 이어 온 행동을 고집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 피해는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한 대리급 직장인은 신입 직원이 늘 녹음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게 무서워서 입사 1년이 지나도록 말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로 꼬투리를 잡힐지 모르니 자신도 모르게 실수하지 않도록 존댓말을 씀으로써 애초부터 잘못될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을 향해 지나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녹음을 해도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평소에 자주 오락가락하거나 거친 말로 직원들을 다스린다면 그러한 리더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이유도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선생들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증거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과거의 오프라인 세상처럼 경영자나 리더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투명하게, 최대한 공정하게, 최대한 불만 없이 정의롭게 일과 사람을 대해야만 한다. 불합리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프로세스는 찾아내어 뜯어고치고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도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 내의 군대 문화도 뿌리째 뽑아 없애야 한다.


전 세계에서 상사를 ‘부장님’, ‘과장님’ 등 ‘직위+님’으로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항상 계급을 상기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일본이나 대만, 중국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만 해도 직위나 직급의 호칭 없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다. 이러한 종합적인 측면의 노력 없이 단지 미래세대를 공부하자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안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사람의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데다 제도나 시스템, 프로세스가 그대로이면 사고를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렵다. 애써 노력해서 미래세대를 이해한다고 해도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을 바로잡는 과정에 젊은 세대를 포함시켜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팀장이나 임원들이 신입사원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역(逆 ) 멘토링’ 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대개는 형식적으로 그치고 만다. 그냥 인사팀에서 하라고 하니 할 뿐 진심으로 신입사원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무언가를 바꾸어 나가려는 임원이나 팀장은 별로 없다. 오히려 속으로 ‘되바라졌다’고 욕만 할 뿐. ‘역 멘토링’ 제도에 참여했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이유로 팀장에게 불려가 혼쭐이 난 한 신입사원은 자신이 지나치게 순진했다며 ‘다시는 그런 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래서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하는 척하다가 그만둘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그들의 말을 듣고 수용하려고 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조직에 맞추라고 하면서 자신은 못 바꾸겠다고 버틴다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단 말인가.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처럼 무작정 참지 않는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공정하지 않거나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그러한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관습대로, 관행대로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회사 내부의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사회적인 분노를 불러올 수 있고 남양이나 유니클로처럼 불매운동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면 그들은 나이 든 세대처럼 참지 않고 조용히 짐을 싸서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 회사를 떠나면 젊은 사람에게도 좋을 게 없지만 회사에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끼리 앉아서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고치거나 바꾸어 나가야 할 것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는 인사고과이다. 인사고과는 연봉을 결정짓기도 하고 누적된 결과는 승진과 직결된다. 무엇이든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것은 모든 사람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의식주는 매슬로우가 말하듯 인간의 가장 하위 욕구에 해당하고 가장 강력한 본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의 개념이 강했던 과거에는 승진할 사람에게 고과를 유리하게 주거나 리더에게 잘 보이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상사의 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았고 비록 불만이 있어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이전 세대와 같은 혜택을 볼 수도 있고 굳이 말을 꺼내봐야 좋을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꾹 눌러 참고는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인사고과가 연봉 수준과 직장 생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되면서 더 이상 그런 관행은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결과를 지켜본다. 투명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자신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걸 알면 참으려고 하지 않는다. 불만이 쌓이는 그 순간부터 바로 이직을 꿈꾼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앞장서서 바꿔나가야 할 것은 평가 시스템이다.


평가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100% 공정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최대한 주관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리더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평가를 했다는 피드백을 했을 때 그것이 피평가자로부터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러자면 평가의 바탕이 되는 목표 설정 과정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존의 성과관리 체계가 송두리째 뒤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첫 단추인 목표 설정부터 잘못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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