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칼자루를 쥐다
공정함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은 개인과 자신이 속한 직장을 넘어 다른 기업 혹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들은 과거 세대가 ‘먹고살기 위해’ 했던 것처럼 ‘네가 참아라’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참아봐야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살았던 과거 세대가 막상 어려운 시기에 닥쳐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오히려 떵떵거리고 잘 살며 부귀영화를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참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구부러지고 왜곡된 세상을 바로 펴 나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한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직원들에게 갑질과 폭력을 일삼는 기업 오너를 구속시키기도 하고 잘나가던 회사의 매출을 끌어내려 반 토막을 내기도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생각 없이 집어 드는 물건을 젊은 사람들은 브랜드를 살펴보거나, OEM 제품일 경우 제조원을 꼼꼼히 살핀 후 집어 든다. 자신이 불매하기로 결정한 기업이나 사회적으로 부도덕하다고 알려진 기업에 자신의 돈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넘어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퍼 나르기도 하는데 이렇듯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기업의 경영과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의 사고는 기업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 기업의 FGI에 참석했다가 사람뿐 아니라 기업에도 ‘꼰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꼰대기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고객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그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해 주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술력을 믿고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희는 잔말 말고 이대로 써라’하며 고객을 무시하는 행위를 일삼는 기업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에 대해 젊은 사람들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대하며 이는 곧 매출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때 애플의 아이폰에 전원 버튼이 실종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 애플이 꼰대기업으로 소문이 난 적도 있었다. 아이폰은 여전히 다수가 선호하는 기종이긴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반면에 그들은 착하고 선한 기업을 찾아내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착한 기업’으로 알려진 ‘오뚜기’는 이전에 비해 괄목상대할만한 성장을 기록하였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54.2%, 오뚜기가 26.6%, 삼양이9.0%, 팔도 7.0%인 것으로 조사됐다. 라면시장에서 2위에 올라 있을 정도니 단연 오뚜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착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들을 대변하고 옹호해주기까지 한다.
선행을 베푼 음식점의 이야기가 알려지면 ‘찾아가서 돈쭐을 내줘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는데 ‘돈쭐’은 잘못한 사람에게 ‘혼쭐’을 내는 것처럼 선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줌으로써 돈맛을 보게 만들어준다는 의미이다. 좋은 의도로 기획된 영화나 공연이 있는 경우, 자신이 참석할 수 없으면 티켓을 예매하여 도움을 주는 ‘영혼 보내기’ 같은 일에 선뜻 동참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젊은 세대의 성급함으로 인해 종종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다. 최근 맛집 탐방을 하는 한 유튜버가 간장게장 집을 촬영하면서 리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숟가락에 묻은 밥풀이 리필한 간장게장에 들어간 모습을 보고 재활용을 한다고 방송에 내보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정직하지 못한 음식점이라 판단하고 해당 간장게장 집에 몰려가 댓글테러를 저질렀고 불매운동을 펼쳤다. 결국 견디다 못한 간장게장 집은 문을 닫고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던 해당 유튜버가 정확한 확인 과정 없이 잘못된 영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해당 유튜버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그는 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 한동안 유튜브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겉모습만 퍼 나름으로써 또 다른 희생자를 양산하는 우려도 안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또 있는데 최근 SNS에서는 택배 차의 강아지를 싣고 다니는 사진과 함께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 이야기는 SNS를 타고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고 강아지 주인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의 오해가 만들어내 해프닝에 불과했다. 소문은 돌고 돌아 강아지 주인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화들짝 놀란 강아지 주인에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생겼다. 알고 보니 그 강아지는 전에 키우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이었는데 택배 기사가 우연히 그 강아지를 발견하고 거두어 키우게 되었다. 일을 하는 동안 빈 집에 놔둘 수가 없어 택배 차의 조수석에 태우고 다녔는데 한 번 주인에게 버림받은 탓인지 강아지는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는 수없이 일하는 동안 자신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강아지를 짐칸으로 옮겨둔 것이었다. 우연히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짐칸의 강아지를 싣고 다니는 건 동물 학대라며 오해가 불거진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과거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을 일들이 이렇듯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기도 한다. 여전히 유치원에서 원아 학대가 이루어지는 등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세상의 정의에 관심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러한 어두운 구석은 점차 사라지고 사람들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사실을 알리고 바로잡는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한 자세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래세대는 옳지 않은 것을 보면 참지 않았고 손안에 쥔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이용하여 사례를 빠르게 전파함으로써 옳지 않은 일을 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만드는데 앞장섰다. 과거 세대에 비해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불합리한 것이나 옳지 않은 것에 모른 척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비록 작은 힘이나마 사회의 변화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지극히 일부일 뿐이지만 부당한 일을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 앓기만 하던 과거에 비해 그들의 노력 덕분에 세상은 점점 더 정의로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그들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그들로 인해 세상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벤틀리 차주의 갑질 사건’도 유명하다. 40가구가 모여 사는 서울의 한 빌라에 값비싼 벤틀리를 끌고 와 여러 칸의 주차공간을 독차지하거나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이중주차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차를 주차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막무가내 주민이 있었다.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면 오히려 욕을 하고 밤새 잠도 못 자도록 난동을 부리는 등 행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지어는 경찰이 출동을 해도 해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사건은 빌라 주민들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벤틀리 차주의 사과와 이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커뮤니티 이용자 중 한 사람이 그가 렌터카 사기를 주도한 범죄자의 오른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쓴 채 불법적인 일들을 고발했던 이중인격자임을 알리게 되었고 결국 신분이 탄로 나자 백배 사과하기까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반드시 젊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옳지 않은 일을 묵인하고 넘어가지 않고 내용을 ‘퍼 나르며’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든 것은 분명 젊은 사람들의 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오뚜기 상표와 경태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