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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Oct 06. 2021

공정함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세대(5)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조금씩 달라지는 세상


공정함에 대한 미래세대의 관심은 기업의 평판을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미래세대가 무언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자 할 때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스스로 ‘호갱’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호갱이란 바보 같은 사람을 일컫는 ‘호구’와 ‘고객’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판매자들이 입으로는 ‘고객님’ 하며 극진한 태도를 보이지만 속으로는 우습게 보는 상대를 말한다. 어수룩해서 바가지 씌우기 좋은 사람이 ‘호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호갱노노’라는 말도 있다. ‘호갱’에 영어 단어 ‘no, no’를 붙여 강한 부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만만한 고객, 바보같이 바가지 쓰는 고객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나타낸다. 물론 나이 든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검색 몇 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미래세대 사이에서는 미처 정보를 찾지 못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들은 사소한 물건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여기저기 인터넷 공간에서 발품을 팔고 사용 후기를 꼼꼼히 읽어본 후 신중하게 비교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이 얘기를 뒤집으면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는 기업에게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만 그렇지 않고 고객을 우습게 알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기업에게는 나쁜 평가를 내림으로써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의 노동력을 불법적으로 착취하는 기업을 찾아내어 불매운동을 벌임으로써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상기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게 만들기도 한다.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값싼 노동력 착취로 비난을 받았던 나이키는 저비용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고 생산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다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들은 또한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샴푸나 화장품의 용기는 복합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그래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냥 소각되고 만다. 자원낭비, 비용 낭비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지구를 병들게 만든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은 바닷물에 밀려온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다. 이에 용기 없이 알맹이만 파는 ‘제로 웨이스트 샵(Zero waste shop)’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점에서는 세탁세제나 주방 세제, 샴푸, 바디워시 등 화학제품들을 용기 없이 알맹이만 소분하여 판다. 이 상점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미리 용기를 준비해 가야 한다. 이런 운동은 주로 젊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고 있는데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공감하면 그 힘은 커지고 플라스틱 포장이나 쓰레기도 줄어들 수 있으리라 말한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연마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치약에 첨가하는 등 처음부터 목적에 따라 그렇게 작은 크기로 만들어지거나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 깨지고 마모되면서 그렇게 작은 크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의 뱃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들을 병들게 만들고 이것이 다시 인간의 식탁으로 올라오게 됨으로써 환경파괴는 물론 각종 건강상의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환경운동가인 멜라티 위즌(Melati Wijsen)은 겨우 12살의 어린 나이에 여동생 이사벨과 함께 비닐봉지 사용에 반대하는 ‘안녕 비닐 백(Bye Bye Plastic Bags)’이라는 환경단체를 설립하였고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앞서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회는 점점 어둠의 구석을 몰아내고 있다. 때로는 그들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2020년 5월에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었다.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에 있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숨지자 젊은 세대들이 이를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퍼 나르기’ 시작했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미국은 물론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들이 시위를 앞장서고 있다. 만일 그들이 아니었다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어쩌면 쉬쉬하며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힘에 의해 이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정인이와 같이 가슴 아픈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아동학대나 동물 학대와 같은 일들은 자발적인 사회의 감시망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훨씬 줄어들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폐해도 있다. 동영상이나 녹취를 하는 학생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교사들은 학생들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으려 하게 되었고 교권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예전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앞서 본 것처럼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엉뚱한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퍼 나르고’ 나서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는 젊은 사람들의 가벼운 휘발성 정의감으로 인해 정말 억울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고 신세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진실을 밝히겠다며 근거 없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고통을 받는 유명인들도 있다. 자신이 정의롭다는 착각으로 악성 댓글을 남겨 고통에 시달리던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사건도 여럿 있다.


게다가 그들은 철학적으로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정이나 정의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신이 처한 불공정한 상황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자신들은 세상의 피해자라는 의식이 있다 보니 세상을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무조건 자신의 입장에서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퍼 나르는’ 것이 정의라 여기는, 사고의 미숙함도 드러낸다. 반면 그들은 스스로에게는 무한히 관대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자신들도 옳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고 자신들도 ‘엄빠찬스’를 활용하면서도 그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다른 사람의 허물만 벗기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성과급 논란의 경우, 자신들은 회사로부터 불공정한 처우를 받았다고 항의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예년에 비해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낸 것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함이라는 것이 다수를 위한 진정한 공정함보다는 결국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든다.


하지만 비록 그러한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난 공정함을 추구하는 젊은 사람들의 마음과 정의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우리 세대에는 그런 것을 하지 못했다. 옳지 않은 일이 있어도 그냥 못 본 척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미래세대는 그렇지 않다. 가급적 사회 구석구석에 담긴 잘못을 찾아내어 바꾸어 나가려 한다. 조금 더 진심이 담긴, 안으로 굽는 팔이 아니라 진정으로 옳고 그름을 찾아 정의감을 발휘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옳지 않은 것도 그냥 유야무야 덮고 넘어가려 했던 나이 든 사람들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행동이 훨씬 옳다고 본다. 옳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그냥 덮어두지 않고 드러내고 바꾸어 나가려는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질 테니 말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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