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재테크에 ‘몰빵’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미래세대는 재테크에 폭발적으로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직장인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거나 직접 투자에 나서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고 젊은 세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과거라고 해서 월급만으로 노후까지 넉넉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그것을 통해 차를 사거나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눈치 빠르고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과거와 상당히 다른 점은 과거에는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많았지만 그런 것에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직장 생활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나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되는 20대나 30대의 젊은 직장인들은 재테크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직장 생활이 안정되고 수입에도 좀 여유가 생기는 30대 중반이나 40대가 되어서야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 요즘 젊은 세대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돈벌이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중 76%가 2030세대이고 이들 중 47%는 사회 초년생이라고 한다. KB 증권은 2020년 상반기 동안 전년 대비 신규 계좌가 63.9% 증가했는데 그 가운데 2030세대의 비율이 무려 56%에 달한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 중 주식이나 부동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성년이 되지 않은 10대들도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2021년 1월 20일 자 서울경제 기사에 따르면 2020년의 11개월 동안 신규로 개설된 미성년자의 주식계좌는 18만 개에 이르며 이 중에는 재산 증여의 수단이 아닌, 직접 주식거래에 참여하는 10대도 많다고 한다. 게 중에는 게임할 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고 그로부터 높은 수익을 창출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게임보다 주식투자가 더 재밌다고 한다.
은퇴한 노인들부터 10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 국민이 주식투자에 나서는 주식 전성기가 도래한 느낌이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던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사람들 중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겨우 관심을 가져봐야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과 같은 저축이나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펀드 등 착실하고 안정적으로 재산을 늘려나가는 수단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듯 젊은 사람들까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걸 보니 세상이 달라졌음이 실감 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나 가만히 앉아서도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없이 편안히 살 수 있는 금수저나 다이아몬드 수저가 아닌 이상 아무리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도 월급만 모아서는 죽기 전에 자신의 힘만으로는 집 한 채는커녕 강남 아파트에 방 한 칸도 마련할 수 없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월급은 물가 상승률과 세금을 고려하면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다시피 하고 그나마 일자리가 있어 늙어 죽을 때까지 걱정 없이 돈을 벌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낫겠지만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졸업 후에도 몇 년간을 백수로 지내야 하고, 취업한다고 해도 언제 어떤 일로 실업의 절벽으로 내몰릴지 모르게 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처럼 10%를 넘나드는 이율은 꿈도 꾸기 어렵고 실질적으로 0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살고 있으니 힘들게 돈을 모은다 해도 불릴 방법이 없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서 오로지 직장 생활에 만 전력을 다하고 한 푼 두 푼 월급만 모은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아무것도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의 추월차선’을 타는 것이 아니라 ‘가난의 추월차선’을 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재테크로 수익을 내는데 혼자만 가만히 있으면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이 주식이나 부동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함으로써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노동만으로는 미래에 필요한 돈을 충분히 벌 수 없으니 너도 나도 앞다투어 재테크에 뛰어든 것이다. 이를 두고 ‘젊은 사람들이 일해서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너무 편하게만 돈을 벌려고 한다’며 핀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배부르고 등 따뜻한 사람들의 생각일 뿐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상황이 간절한 것일 수 있다.
미래세대가 재테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직접 뛰어들기 시작한 변화는 201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지만 2020년에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악화되자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자리가 없어지고 월급이 줄어들거나 수입이 없어지게 되자 마음이 더욱 다급해진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재테크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고 투자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라도, 기업도 자신의 미래를 대신해 줄 수 없으니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여기게 된 셈이다. 이를 부채질하듯 서점에서는 부자가 되는 방법이나 돈을 버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앞다투어 쏟아져 나왔고 경제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들은 그런 성격을 가진 책으로 가득 채워졌다. 국내 도서 종합순위 13위에 올라 있는 책이 경제경영 분야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편향되게 쏠려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이나 고전을 마음을 살찌우는 양식이라고 하지만 그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그런 책을 읽을 시간에 재테크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서점에는 주식투자로 돈 버는 법, 금융지식에 관한 내용, 부동산 경매, 돈 공부, 부자 특강, 슈퍼리치의 노하우 등의 책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고 가만히 앉아서도 이자수익이나 배당금 등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 퇴근 후 매월 100만 원 더 버는 법, 은퇴 후에도 매월 1,000만 원 버는 법 등 젊은 세대를 현혹하는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 책뿐 아니라 유튜브에도 이러한 종류의 콘텐츠는 홍수를 이룰 정도로 많다.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로 수십억 원 혹은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유튜버들의 채널에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구독자가 몰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재테크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품이 많이 낀 것 같아 다소 우려스러운 면도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돈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전의 세대처럼 착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급한 마음에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역술인의 이야기를 다룬, 사실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책이 백만 부를 넘게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어쩌면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서 자신도 그런 사람들처럼 부자가 되고 싶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거짓이라고 믿으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없는 것이지만, 누군가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으면 자신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으니 말이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어서 재테크를 통해 일찍 부를 축적하고 조기에 은퇴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명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푼돈을 버느니 비록 젊어서는 소비를 줄이고 악착같이 허리띠 졸라매며 힘들게 살더라도 조기에 종잣돈을 마련하여 재테크 수단에 투자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여생을 편안하게 살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주식투자 등을 통해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들 중에는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비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기도 하다. 월급으로는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모르는 집 장만을 기다리며 헛되게 노동의 가치를 상실하느니 재테크를 통해 편히 돈을 모으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있어도 투자할 돈이 없으면 소용없는 법,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도 가진 종잣돈이 별로 없는 미래세대는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선다는 ‘빚투’와 있는 것 없는 것 가리지 않고 영혼까지 박박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재테크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는 실업 급여까지 주식투자에 ‘몰빵’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 지수는 3,000을 가볍게 돌파하였는데 이는 오로지 기관의 힘보다는 개인투자자의 힘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말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 동학군처럼 스스로 나서 주식시장을 치켜세운 혁명적인 개인 세력이라는 의미로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이들은 시장의 과열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의 주식시장 양상으로 보면 기관이 주식을 매입하여 주가를 올려놓고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면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하곤 했는데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그러한 패턴도 사라지고 있을 정도다. 언론에서는 이를 ‘힘없는 기관 투자자’라는 제목으로 다룰 정도다. 과거의 양상으로 보면 상투 꼭대기라고 했던 시점도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니 더 오를 여지가 많더라는 학습효과도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투자 대상이 국내 주식시장으로부터 벗어나 미국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미국 주식으로 은퇴하기> 등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다. 국내에 비해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이 많고 금융 펀더멘탈이 탄탄한 미국 시장을 택해 장기적인 투자를 늘려나가려는 미래세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를 빗대어 이들을 ‘서학개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세대로부터 불어닥친 주식투자의 바람은 기성세대로까지 번지고 있으며 국내외 투자시장을 젊은 세대가 이끌어나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비트코인으로 통하는 가상화폐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 원을 넘기기도 했으며 1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미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통해 수십억 원 혹은 수백억 원의 수입을 올린 젊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스스로의 앞날을 개척해 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아 대견스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주식이라는 것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꼼꼼한 분석을 통해 올바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의 경우 주식에 대해 제대로 알고 하는 것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다 하니 자기도 따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나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종목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있는 것 없는 것 탈탈 털어 모으고 그것도 모자라 빚까지 내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혹시라도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집 없이 노후를 맞이하기에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 있기에 주식과 같은 투자를 통해서라도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나마 있는 재산조차 간수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미래세대가 이렇듯 투자에 나서는 현상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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