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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Oct 08. 2021

과감하게 투자하고 소비하는 세대(2)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넘쳐나는 성공사례와 투자 정보


미래세대가 나이 든 세대보다 앞장서서 재테크에 뛰어들고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그들이 가진 뛰어난 정보력이다.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는 이름답게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채널, 다양한 사람들과 온라인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그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는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know-where)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도 있듯이 그들은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지 못한 정보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입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돈을 벌고 윤택하게 살 수 있게 된 사람들의 성공신화를 쉽사리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자신도 대박의 꿈을 꾸게 되었다. 나이 든 세대는 그 용어조차 들어보지도 못한 시기에 이미 가상화폐에 투자한 젊은 사람들도 많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앞서 일찌감치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함으로써 단기적인 성공을 맛본 사람들이 자랑하듯 SNS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이것이 네트워크를 타고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짐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뛰어들도록 만든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였던 것이 아니라 지지리 가난했지만 일찌감치 투자에 눈을 뜨고 부자가 되려고 노력함으로써 결국 원하던 대로 부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난하고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세대는 자신들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처럼 오프라인 세상이라면 정보의 전달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시장이 붐을 일으키기까지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언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주변 사람들과 소식을 공유하는 젊은 세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자 시장 역시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월 초에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39세의 미국 젊은이가 은퇴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아마존에 근무하는 제이슨 드볼트라고 하는 사람은 평균 58달러에 매입한 테슬라 주식 14,850주가 800달러를 상회하게 되면서 13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기게 되었다. 그로 인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그러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여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소식이 SNS에는 차고 넘친다. 부동산 경매로 수십 채의 집을 가진 자산가, 가만히 앉아서 매월 대기업 과장의 연봉만 한 돈을 임대료로 받는 건물주, 쉐어하우스로 월 몇 백만 원의 고정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가정주부, 천만 원으로 시작한 비트코인으로 수십억 원을 만든 젊은 대학생의 이야기 등 성공사례는 끊임없이 SNS를 타고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간다.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자신도 지금부터라도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20년이나 30년 후에는 그들처럼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재테크에 나서는데 자신만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점점 다른 사람들로부터 뒤떨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이 커질 것 같아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혼자 가난뱅이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또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빚을 내거나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재테크에 나서려고 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KB 국민, 우리, 신한, 하나, NH 농협은행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8월까지 20대의 신용대출은 14.2조 원, 30대는 47.2조 원, 40대는 44.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20대나 30대의 신용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수입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투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에서 지나치게 밝은 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사람뿐 아니라 실패한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는 그런 우울한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고 한다. 의도적으로 그런 이야기는 피하려고 한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처럼 자신도 투자에 나서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감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가만있어도 먹고살기 녹녹치 않은 세상에서 실패가 두려워 웅크리고 있느니 투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그들의 투자에는 실패의 위험이라는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화폐와 같은 투자수단이 각광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또 다른 이유는 정보가 넘쳐나고 그 정보를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처럼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객장을 찾아야 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투자 기업에 대한 매출이나 이익, 수출이나 투자 등의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고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내다보기도 어려웠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어느 종목이 오를 것이라고 짐작할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쉽사리 투자에 나서기 어려웠다. 투자를 하려면 객장에 나가 하루 종일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고 마음이 있어도 투자를 결정하도록 만들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여 실천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보가 소수에게만 몰려있다 보니 주식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주식투자라고 하는 것은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소일거리 삼아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객장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머리가 하얀 나이 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95%를 넘고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 필요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자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갖춘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투자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들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어 하는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세상이라면 얻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에는 주식투자나 비트코인, 부동산 등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인플루언서들이 차고 넘친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값진 강의들이 넘쳐나고 그러한 강의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실제로 직장인 P 씨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한 후, 각 산업분야에서 1,2위를 차지하는 업체 위주로 주식을 매수하여 1년 반 만에 30%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2,000만 원의 빚을 내 미국 주식에 투자한 K 씨도 배당금만으로도 은행 이자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며 돈이 생기는 대로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하여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유용한 정보를 얻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되자 더욱 많은 미래세대가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어려운 암울한 현실,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고급 지식과 경험의 확산, 그리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선배들의 성공사례들이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재테크에 나서게 하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 게다가 늦은 졸업과 취업으로 인해 미혼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 많고 예전 같으면 발목을 잡을 가족에 대한 생계 걱정도 별로 없는지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어쩌면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투자 열기는 오히려 한두 가지 수단의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마저 만들어내고 있고 한편에서는 빚을 내서도 투자할 만한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좌절감과 패닉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성세대는 또 손가락질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정당하게 노동을 통해 땀의 대가를 얻으려 하지 않고 너무 쉽고 편하게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우선 젊은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통해 정당하게 돈을 벌고 그것으로 생을 마칠 때까지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어쩌면 그들도 무리하게 재테크에 뛰어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여윳돈으로 투자에 나설 수는 있지만 빚까지 끌어들이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고 죽어라 일해도 월급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히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집장만도 포기해야 하는 시대이다 보니 스스로 앞날을 개척하는 심정으로 재테크에 뛰어드는 것뿐이다. 누구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그대로 무기력하게 내팽개쳐지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는 오히려 미래세대가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기성세대의 통렬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죽어라 일해도 평생 월급만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워킹푸어(working poor)가 되게 만든 건 미래세대가 아니라 기성세대이니 말이다.


기성세대가 주거용으로 필요한 주택만 보유하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미래세대가 그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나이 든 세대가 어느 정도 직장 생활을 하고 여윳돈이 생길 때쯤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면 미래세대는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함을 깨닫고 과거 세대보다 조금 일찍 투자에 뛰어들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자신과 다르다고 손가락질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미래를 개척하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기성세대가 신세대였던 때부터 해왔던 일이다. 아니 기성세대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어제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과거에도 수없이 많은 부동산 투자,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다가 사라졌다. 주가가 하락한다고 증권사 객장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세력은 모두 여윳돈이 있는 기성세대였다. 미래세대가 앞장서 투자를 주도했던 적은 없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정보가 다수에게 보편타당하게 통용될 수 있는 시대가 되자 정보 입수와 활용에 뛰어난 장점을 가진 미래세대가 투자에 앞장서고 있을 뿐이다. 만일 투자가 나쁜 것이라면 기성세대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기성세대는 할 것 다 해 놓고서는 젊은 사람들이 재테크를 한다고 해서 비딱한 눈으로 바라보거나 한탕을 노린다며 비난을 퍼붓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물론 여윳돈 없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맞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돈도 잃고 평생을 빚더미 속에서 살 수도 있다. 가급적이면 가용할 수 있는 여윳돈 안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빚을 내서라도 미래세대가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건 한편으로 보면 경기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세계 경제 환경의 탓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보면 기성세대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니 미래세대를 향해 쉽고 편하게 돈을 벌려고 한다며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그건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안타깝게도 미래세대가 이렇듯 투자에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보니 한편으로는 직장 생활에 소홀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되어 스마트폰에서도 주식거래가 가능해지다 보니 주식시장의 변동이나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변동을 손바닥 안에서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은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증권 사이트에 접속하여 결과를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행위가 업무에 지장을 줄 것임은 뻔하다. 만일 주식시장이 폭락이라고 한다면 순식간에 투자한 돈을 잃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동요를 일으켜 일을 등한시하게 될 수도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투자로 인해 업무에 소홀해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그런 행동은 과거에도 있었다. 주식투자를 하는 직장인들의 모니터 한편에는 주식시세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늘 가동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상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런 것으로 인해 과거 세대의 업무 생산성이 낮아지고 야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과거에 했던 행동이라도 좋지 않은 건 좋지 않은 것이다. 분명 그러한 행동들은 업무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므로 그에 대한 대책을 갖추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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